김기석 목사의 설교집 <삶이 메시지다>

우는 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복음의 진정한 역할이다. 그런 까닭에 김기석 목사의 글을 읽으면 우리가 서슴없이 직면해야 할 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현실과 외롭게 쟁투하고 있는 사람들과 우리가 어떻게 함께 해야 할 것인지 분명해진다.

 

 김기석 목사의 글은 언제나 간결하면서 심오하다. 인문학적 소양과 신학적 깊이, 몸으로 살아내는 신앙이 어우러진 그것은 성서의 예수, 그분의 어법이자 메시지의 심도와 닮았다. 그래서 그의 글은 우리 안에서 오랜 시간의 영적 울림과 성찰의 기쁨을 준다.

그의 메시지는 오늘날 한국과 지구촌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마주하며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자세로 실천의 길에 들어설 것인지 일깨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수를 따르는 이의 순결한 마음과 진지한 성찰, 그리고 의로움을 저버리지 않는 외로운 결연함이 스며있다.

김기석 목사의 설교는 어쩌면 몸에 박힌 가시일지도 모르겠다.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의 현실을 주시하고, 이들의 삶을 괴롭게 하는 권력과 현실의 힘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바로 그것이 예수의 마음임을 일깨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설교는 한국교회에 깊숙이 박힌 가시다.

한국교회에 박힌 ‘가시’

그러나 그 가시는 진정 무엇 때문에 아파해야 하며 무엇 때문에 눈물 흘려야 하며 무엇 때문에 기도하고 무엇 때문에 사랑해야 하는지 일깨우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와 닿는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더욱 난무하면서 대중들을 현혹하는 저열한 입담들과 달리, 그의 설교는 시종일관 진지하다. 하지만 그 진지함은 지루하거나 구태의연하지 않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메시지가 갖는 성실함의 무게와, 성서 해석의 진실성, 그리고 현실에 대한 가슴 아픔이 깊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하며, 웃는 자와 함께 웃는 마음이 곧 하나님의 마음이고, 억울한 고통에 시달려 우는 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다름 아닌 복음의 진정한 역할이다. 그런 까닭에 김기석 목사의 글을 읽으면 우리가 서슴없이 직면해야 할 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현실과 외롭게 쟁투하고 있는 사람들과 우리가 어떻게 함께 해야 할 것인지 분명해진다.
그의 글을 읽어보자

“칼을 갈아 날을 세우듯 시대의 아픔에 자기 마음을 갈아 무딘 마음을 벼리는 사람들, 동시대의 눈물과 한숨을 함께 아파하고 불의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애태우면서 고난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간 사람들, 그들은 그저 저물녘의 노을처럼 덧없이 스러지고 말 것인가? 나는 테러리스트들의 폭력을 찬미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역사의 어둠을 향해 온몸을 내던져 작은 빛이나마 만들려던 이들의 열정이 디 잊혀지고, 사람됨이 사소(些少)의 함정에 빠져버린 이 시대를 아파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마치 시편이나 잠언에서 보는 명쾌하면서도 문학적 통찰력을 지닌 구절들을 가득 담고 있다.
“예수는 영혼의 산으로 우리 앞에 계시다. 그 산을 오르기 위해 온새미로 힘을 쓸 때 우리는 어느덧 산이 될 것이다. 품이 넓은 산.”
“사람이 가장 사람다울 때는 누군가를 돌보고 있을 때이다.”
“자비한 사람은 봄의 도래를 알리는 전령이다.”
“사랑은 ‘너’ 속에서 ‘나’를 포기하는 용기이다.”
“달을 벗 삼은 별 하나가 유난히 눈망울을 빛낸다.”
“세상의 빛이 되기 원하는가? 스스로 사랑이 되라.”
“역사의 겨울이 되면 우리는 별 수 없이 하늘 앞에 실상을 남김없이 드러내게 된다.”
“순수와 불멸의 아우라를 잃어버린 종교, 오직 자기 확장의 욕망에 휘둘리는 종교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없다.”

갈피마다 베인 하나님 마음

책 갈피갈피마다에는 저자가 우리 인간 하나하나에 기울이시는 하나님의 심혈, 그 정성과 사랑을 얼마나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 안에 누구나 있는 실존적 갈망과 불안 그리고 꿈과 현실의 역경 사이에서 방황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뚫어나간다. 바로 거기에서 우리는 마음을 몸으로 사는 이의 “삶이 메시지다”의 뜻을 깨닫게 된다.

김기석 목사의 설교를 읽고 있으면 복음의 본래 가치가 회복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염되지 않고 맑고 경건한 울림으로 이 세상을 일깨우는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복음을 빙자하여 현실에 눈감게 만들고 욕망의 노예 또는 포로가 되게 하는 한국교회의 무수한 강단이 부르짖고 있는 지점과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게 한다.

그 눈길이 달라지면서 우리는 복음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혁명적 전복성이 뚜렷해지는 것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김기석 목사의 설교는 그래서 고사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빛과 소금이 되게 하는 말씀의 전범(典範)이 될 만하다. 그건 탁류가 넘치는 강을 뚫고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줄기와 같다.

하나님의 사랑 없이는 이 세상을 사는 일이 얼마나 막연하고 위험하며 고독하고 불운해질 수 있는지 우리는 안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속 깊은 곳에서 언제나 존재하는 불안의 그림자를 거두어주는 하나님의 은총에 눈을 뜨게 한다. 그것은 저자가 단지 기독교 문학자가 아닌, 인간의 아픔을 깊이 어루만지는 일을 해온 목회자이기도 한 점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단순하지만 심오한 메시지, 이것은 모두가 갈망하는 바가 아닐까?

오늘날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 답답해하는, 그래서 지쳐 가는 인생들에게 김기석 목사의 <삶이 메시지다> 한 권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그래서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집어 들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음성이 길을 여는 그런 기쁨이 있게 되기를 빈다.

한종호
월간 <기독교사상> 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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