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의 서문을 쓴 이권우씨(도서평론가)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물이 난다. 만날 쏟아지는 새 책들을 훑어보다 아련한 현기증 나는 것을 넘어 아예 진절머리가 나고 말았다.’
불황이라는 출판계의 한숨 섞인 푸념에도 불구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간의 수는 따라가기가 너무도 숨가쁘다. 하지만 ‘진절머리’가 나는 것은 단순히 책이 많이 나오기 때문은 아니다. 이씨의 다음 말에 역시 동감이다.
‘언제부터인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설익어 생경스러운. 언제부터인가 입맛을 잃었다. 그 밥에 그 나물일 뿐. 도무지 흥이 나지 않았고, 쉽게 지쳤으며, 의욕을 잃어갔다.’
그리하여, 이 책을 기획하게 된 이씨의 동기처럼, 나는 똑같은 동기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원시반본(原始返本)’. 오래 돌아다닌 끝에 결국은 본질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신간의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고전이란 원래의 뿌리도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돌아간 고전의 맛은 어떠할까?
‘그 낡아빠진 책들을 읽으며 나는 다시 지적 흥미와 도전의식을 자극받았다. 아, 라는 감탄사를 연발했고, 몇 번째 읽은 책이건만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에서 절망감을 맛보았다. … 다시 입맛이 돌았다. 게걸스럽게 읽어나갔으며 포식하기 위해 허리띠를 풀었다. 다시 농익은 냄새를 맡게 되었다. 차라리 단맛이었다.’
어떤가? 갈수록 책이 시들하게 느껴진다면, 고전에서 영과 육의 치유와 회복을 경험해보라.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그 세계는 ‘세월의 담금질을 이겨낸 인류 지성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고 ‘그야말로 저 깊고 높은 산에 숨어 있는 광맥이며, 사막 가장 깊은 곳을 흐르고 있을 지하수’이다.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가?
이 책은 한겨레신문이 2년여에 걸쳐 연재한 ‘고전 다시 읽기’를 단행본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플라톤에서 니체, 푸코와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또 노자에서 사마천, 장자를 거쳐 김시습과 신채호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며 우리의 눈과 마음을 열어줄 고전들을 알차고 향기롭게 모아놓았다.
철학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 서사시에서 조지 오웰에 이르기까지, 또 움베르토 에코에서 레이첼 카슨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고전들도 이 수준 높은 지식의 향연을 더욱 기름지게 만들었다.
책에 관한 간략한 소개와 본문 일부 소개, 그리고 이것만으로는 목말라 할 독자들을 위해 서평자의 추천도서가 추가돼 있다.
또 강정인(서강대·정치외교학), 이진경(서울산업대·교양학부), 이정우(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 심경호(고려대·한문학) 등 서평자로 참여한 위원들도 전문적 지식 못지않게 맛갈난 글솜씨로 독서의 즐거움을 한층 배가시킨다.
한층 다가온 가을, 고전의 세계로 낭만적인 지식여행을 떠나볼만 하다.

김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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