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스타벅스에 가다 | 레너드 스윗 지음, 국제제자훈련원 펴냄]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지만, 사랑처럼 달콤하다.’ 뭘까? 터키 속담이란다. 정답은 ‘커피’다. 그럴듯하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커피를 한 잔 마셨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혀가 데일 듯 뜨거운 커피를 간간이 홀짝였다. 비록 스타벅스의 카페라떼나 에스프레소는 아니었지만, 커피와 설탕, 프림이 혼합된 국적 불명의 커피를 목구멍으로 흘려보냈다.

저자인 레너드 스윗은 원래 ‘미래학자’다. 전문 영역은 교회지만, 이 정체를 알 수 없이 다소 애매모호한 ‘교회 미래학’은 어쨌든 그의 이름 앞에 붙는 타이틀이다. 하지만 책 날개에 붙어있는 그의 소개를 읽어보자면, 문화쪽이 그의 전문분야인 것 같다. 교회 문화 연구에 탁월하고, 교회와 문화를 연구하는 ‘스피릿벤처 미니스트리즈’(SpiritVenture Ministries)의 설립자이자 회장이며, 드류 신학교의 교수이자 조지 폭스 대학교의 명예 객원 교수이다.

이 책에서 레너드 스윗은 전공이 문화답게 ‘스타벅스’라는 문화 아이콘을 서두에 내세운다. 그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집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니다. 더 많은 돈을 내며 스타벅스로 가는 이유는 ‘스타벅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것이다. 즉, 커피를 마실 때 따라오는 경험, 바로 거기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성공은 상당히 상징적이다. 1971년 미국 시애틀 농산물 시장 맞은편 골목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스타벅스는 미국 내에서 하루에 400만 잔의 커피를 파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스타벅스를 찾는 손님은 일주일에 3,000만 명, 2006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37개국에서 하루 평균 5군데의 새로운 지점이 생기고, 전 세계적으로 3만개의 지점을 거느린 업계 1위의 커피 프랜차이즈다. 스타벅스는 지난 4반세기 동안 최고의 성공을 거둔 기업으로, 1992년 처음 주식을 상장한 이래 이 회사의 주식은 5,775퍼센트가 올랐다.

이런 스타벅스의 본업은 커피집이지만, 사실 스타벅스가 파는 것은 커피가 아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파는 것은 바로 ‘에픽’(EPIC)이다. 이 에픽은 ‘Experiance’(경험), ‘Participation’(참여), ‘Image-rich’(이미지), ‘Connecting’(관계)의 머리글자를 딴 합성어이다. 이 네 개의 단어를 유심히 살펴보면 알겠지만, 이것은 다름 아닌 삶이다. 경험하고 참여하며 이미지를 만들고 소비하며 관계를 맺는 것이 삶이 아니면 또 무엇이겠는가?

저자 역시 에픽에 삶을 붙인다. 저자는 ‘에픽 인생’을 이야기하는데, 이 에픽 인생은 그리스어 ‘조에’(Zoe)와 같은 뜻을 지닌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조에는 단순한 생존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어떤 의미에서는 반대되는 개념인데, ‘눈부시게 화려하고 열정적인 삶’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타벅스와 에픽을 지속적으로 병치시키며 복음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지금의 미국 교회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이 ‘에픽’이다. 커피 하나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스타벅스의 핵심이 에픽에 놓여있는 것처럼, 갈수록 교인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의 미국 교회가 잃어버린 것도 바로 이 에픽이다. 초대 교회가 갖고 있던 복음에 대한 열정, 삶과 경험으로 환치되는 복음이 아니라 변론적이고 이성적인 신앙이 미국 교회의 침체를 가져왔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저자는 교회도 이제 복음의 에픽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열정적인 삶의 경험으로 체험되어지는 복음, 그 복음의 본질을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보여주는 급진적인 그리스도인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교회도 복음의 본질은 변함이 없지만, 그것을 녹여내는 방법에 있어서는 스타벅스가 보여주듯, 이미지와 관계로, 그리고 교인들의 참여와 열정으로 복음이 삶속에서 녹아드는 하나의 ‘에픽’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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