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고, 좋아하는 것도 바뀌며, 심지어 맛까지 변합니다. 재치 있는 깜짝 이벤트를 좋아하였는데 어느새 변함 없이 묵묵하고 꾸준한 모습이 더욱 눈에 띕니다. 젊은이들이 아무리 재기 발랄하게 일을 이루어갈지라도 끝내 어른들의 꾸준하고 묵묵함에 손 들고 마는 까닭을 이제 알 듯합니다. 우직한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법이지요.

감사절을 보내며 제 기억에 남은 분이 몇 계십니다. 목포 북교동교회의 김일환 장로님은 그 중 한 분입니다. 6·25가 나기 전에 장로님은 유명한 부흥사이신 이성봉 목사님으로부터 집사 임명을 받습니다. 예수 잘 믿고 꼭 장로가 되라는 당부 말씀과 함께 장로님은 성경을 선물로 받지요. 장로님은 평생을 사시면서 이 성경을 가장 소중한 재산으로 여기고 살았습니다. 전쟁 통에도 성경을 잃지 않기 위해 늘 품에다 품고 다녔다 합니다. 그 성경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또 한 분은 월간 <활천>지의 주간이신 홍준수 목사님의 훤당(어머니)이십니다. 어머니는 추수감사절이 가까우면 목사님의 고무신을 노끈으로 잰 뒤 시장에 나가 같은 고무신을 사오신 다음 새벽기도회 가면서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가져다 놓았다고 합니다. 밥을 지을 때마다 성미를 담으며 기도를 하시던 모습을 아들인 홍 목사님은 추억하였습니다. 언젠가 그 성미를 큰 바가지로 푹 떠서 담았다가 어머니로부터 꾸지람을 당했다 합니다. 식구 수만큼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정성으로 담아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장로님과 어머니의 그 우직하고도 가마솥처럼 큰 마음을 가지고 싶습니다. 그 마음이야 말로 감사하는 마음의 그릇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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