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지칭하여 ‘참나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서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식물 이름에 ‘참’자가 있으면 대체로 인간에게 아주 유용한 식재료나 약초가 되는 것들이다. 참나무, 참나물, 참외, 참깨, 참꽃마리, 참마, 참반디, 참비비추, 참싸리, 참쑥….

도토리가 익을 무렵이면 산야로 도토리를 따러 다녔다. 딴다는 것이 맞는지, 줍는다는 것이 맞는지, 턴다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손이 닿을 만큼 나지막한 곳에 있는 도토리는 따고 아름이 들대로 들어 땅에 떨어진 도토리는 주웠다. 또 장대나 큰 돌망치나 돌을 이용해서 도토리를 털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도토리를 햇볕에 잘 말려 껍데기를 까서 맷돌에 갈아 하루쯤 물에 담가두면, 초콜릿 색의 녹말가루가 가라앉고, 그것이 ‘도토리묵’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적당량의 물에 도토리 가루를 넣고 저어주면서 살살 끓이면, 풀처럼 걸쭉해지고, 거기에 약간의 소금 간을 한 후에 식히면 묵이 완성된다. 그 시절, 도토리로 만드는 묵은 최고의 별미였다.

그런데 참나무는 20년은 되어야 비로소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단다. 20년의 기다림. 요즘 같은 세상에서 20년 뒤에나 열매를 맺을 나무를 심으라면 심을 이가 있을까?
요즘뿐 아니라 과거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 끝에 열매를 심는 사람이 없었는지, 창조주는 청설모나 다람쥐 같은 산짐승들을 통해서 참나무를 심게 했다. 가을이면 사람의 눈에 띄기 전에 그들로 하여 도토리를 줍게 하고, 겨울 식량으로 여러 곳간에 나누어 저장하게 한 후, 몇 군데는 잊어버리게 함으로 참나무 숲을 만들어 열매를 맺게 하신 것이다.
만일, 사람에게 이 일을 맡겼다면, 기다림의 시간을 참지 못해 참나무를 장작으로나 사용하지 않았을까? 이런 나무에게 ‘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느릿느릿 삶의 비결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김민수
한남교회 담임목사. 작은 들꽃들과 소통을 하면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세상에 전하고 있는데, 비주얼 에세이집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보다>와 365 풀꽃묵상집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등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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