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마스크 보내기’…각국 사람들을 돕고 있는 석호길·이해문·김태양 씨

생명 마스크
“그동안 250만 장 이상의 마스크를 국내외 이웃들에게 보내는 운동을 이어 왔습니다. 이번에 쿠데타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얀마 난민들에게도 50만 장의 마스크를 보낼 수 있어 너무 감사했어요.”
마스크 250만 장? 정부 산하단체나 거대 구호단체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세 명의 아재 청년들이 함께한 결과다. 석호길, 이해문, 김태양 씨. 50대의 중년이라는 공통점 외에 이들은 같은 점들이 많다. 모두 크리스천이어서 이웃을 돌아보며 생명을 살리는 일, 선교의 비전을 품고 살아왔다는 것. 유독 꿈에 대해 나누고픈 이야기가 많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석호길 씨는 한국마스크산업협회에서 회장의 직함을 갖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된 당시부터 국내 마스크의 제작과 유통, 지원의 구심점에 서 있었다. 청년 시절부터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행동력이 남달랐던 석 회장은 지금도 마스크 나눔의 선봉에 있다.
이해문 씨는 우리디자인주식회사의 대표이사다. 군대 생활을 선교 훈련의 장으로 활용할 정도로 열정맨이었던 그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팬데믹 상황 속 고통 받는 이웃을 돕다가 석 회장을 만나 마스크 나누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김태양 씨는 참빛교회의 담임목사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회자가 된 그는 ‘통일 한국, 선교 한국’을 가슴에 품고 사는 열정의 소유자다. 러시아 선교사 출신으로 선교현장에 대한 이해가 밝은 김 목사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외국인들에게 마스크를 지원하다 생명 마스크에 동참하게 됐다. ‘생명을 살리자’는 일에 세 사람이 한뜻으로 뭉친 것.

놀라운 생명 나눔
마스크 나눔은 2019년 12월, 팬데믹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세계가 방역 마스크 확보 문제로 고전하던 시절, 이때부터 생명 마스크는 미국 뉴욕과 하와이 등 준비가 되지 못한 곳에 제공되었다. 한국마스크산업협회가 중심이 된 ‘생명 마스크 보내기’는 협회의 재정으로 마스크를 구입하여 진행된다.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를 살리면서 어려운 처지의 국내외 이웃들을 돕는 일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강남사회복지 센터, 지역아동센터 등 국내는 물론, 유럽 일부 국가와 일본 원폭 피해자들에게도 마스크를 기부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유학생과 근로자들에게도 마스크를 나눴고,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를 통해 네팔, 필리핀, 베트남 등 이웃 나라들에게 온정을 전했다.

생명 마스크는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군부 쿠데타로 난민이 발생한 미얀마의 경우, 현재 방역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 생명 나눔의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발생한 많은 피난민이 태국 인접 국경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결국 국경지대에 마스크 등 방역물자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죠. 이때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사람들이 움직였어요.”
미얀마 현지 선교에 참여했던 이 대표와 선교 인프라에 밝은 김 목사가 함께 일군 결실이었다. 미얀마 현지의 마스크 기부사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얀마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소외된 130여 개 소수 종족이 그들이다. 이들을 돕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뜻밖의 지원군을 만나게 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교단적 차원에서 선교활동을 해 온 한국기독교침례회와의 연결이었다. ‘미얀마에 우리의 몸인 침례교회가 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는가?’ 놀랍게도 침례교단은 화상 회의 끝에 미얀마 방역 지원을 전격 결의했다.

조직보다 ‘통로’가 되자
석호길 회장, 이해문 대표, 김태양 목사 3인은 ‘생명’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함께 움직인다. 조직을 만들어 위원을 위촉하고 재정을 모금한 후 움직이는 통상적인 단체들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달리면서 생각해야 할 만큼, 생명을 살리는 일은 시급하기도 하거니와 애초에 조직의 이름 같은 건 관심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생명을 잇는 ‘통로’가 목표일뿐이다.
“대표가 누구냐, 이름이 무엇이냐보다 ‘통로’가 되는 게 중요하죠. 품은 뜻대로 움직이면 함께하는 이들이 생깁니다. 재정과 물자를 보태는 손길이 나타나죠.”

이 대표의 말처럼 ‘생명의 마스크 나누기 운동’은 대표자의 이름도 없고 주최 측도 선명하지 않다. 뜻에 따라 움직이는 3인과 때마다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이들이 있을 뿐이다. 올해 초부터는 세계적인 긴급구호단체 사마리안퍼스(Samaritanspurse)가 생명 마스크 운동 참여와 재정 후원이라는 놀라운 동행을 결정하기도 했다. 50만 장 씩 마스크를 전달한 필리핀과 미얀마가 사마리안퍼스와 함께한 열매다. 생명 마스크 기부는 현재 해외 현지의 필요와 참여의 손길들을 통해 진단키트, 주사기, 의료산소통, 생필품 등이 전달되고 있다.

다르게 보자
“팬데믹이 오자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은 생명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석 회장은 사람들이 팬데믹에 위축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문제는 고민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 두려움을 깨지 못하면 내가 깨진다고 말하는 그는 꿈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저희의 꿈이 자라고 있어요. 마스크 보내기 운동이 마스크 공장 세우기로 바뀌었고, 전 세계 한센씨 병 환자 2,000만 명에게 백신을 보내는 꿈도 함께 꾸고 있습니다.”
생명의 마스크 운동은 ‘1국가 1공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탄자니아, 에콰도르, 페루 등 14개국에 마스크 제작공장이 세워졌다. 베트남의 경우, 150개의 기계를 수주시키기도 했다.

석호길, 이해문, 김태양 세 사람은 여전히 꿈을 꾼다. 젊은 시절, 각자의 마음에 그려온 꿈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루어진 꿈은 또 다른 꿈으로 자라는 법. 그들은 꿈의 통로가 되는 현실이 기쁘고 감사하기만 하다.
“저희는 모르셔도 돼요. 하지만 생명 마스크가 필요한 이웃은 늘 기억해 주세요. 여러분께서 팬데믹 시대의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김희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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