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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될 수 있는 신앙의 기억, 후손들에 선물”
과림리교회가 함께 써내려간 자서전 <과림행전>
[257호] 2021년 09월 01일 (수) 이경남 기자 penshock@hotmail.com
   

50년 세월 교회 자서전으로
숯두루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마을은 숯두루지라고도 불린다. 숯이 나오는 마을이기에 일제강점기 오류광산이 들어오면서 불려온 이름이다. 그런 정겨운 옛 이름을 가진 이 숯두루지 마을 주민의 80% 이상은 과림리교회(조석환 목사)를 다닌다. 진천 송 씨의 집성촌이기도 한 이 마을은 유림의 힘이 강해 교회 나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그러나 진천 송씨 장손인 송희일 장로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후 현재는 진천 송씨 가운데 교회를 나가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50년이 흘러 지난해에는 희년을 맞았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한 마을에서 긴 세월을 함께 해온 교회가 희년을 맞아 선택했던 것은 필리핀 선교지에 체육관을 지어주기로 한 것과 그들의 이야기를 실은 교회 자서전 <과림행전> 상·하권(도서출판 은빛)을 펴낸 것이다.
“이제는 이사 때문에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교우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교우들의 자녀들에게까지 연락해서 자료를 모아 50년사를 펴냈고, 교우들이 그동안 써냈던 간증 및 교회 추억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냈습니다. 거기엔 교회학교 어린이부터 노년 교우에 이르기까지 글 솜씨 상관없이 마음 속 ‘과림리교회’를 글로 담아내게 했습니다.”

기록 전후로 나뉜다

‘양계사업을 하면서 운전면허증을 땄다. 달걀을 팔고 사료를 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교회에서 12인승 승합차를 샀다. 초등학교가 멀어서 아이들이 등교하는데 불편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실어서 등교시켰다. 그리고 어린이집 원아들을 데리고 오려고 이웃 동네와 온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 그렇게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어린이집 운전을 도맡아서 하다 보니 어느 날 내가 동네에서 골목대장이 되어있었다. …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자라서 청년이 되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내게 또 하나의 축복이었다.’
- 신병구 장로의 ‘골목대장’ 중에서


일부러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전해지지 않으면 휘발될 수 있는 아름다운 신앙의 기억들. 공동체의 기억들. 그 기억들을 믿음의 후손들에게 남겨야 하기에 <과림행전>을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큰 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힘은 거슬러 올라가면 조석환 목사가 안식년을 맞아 산티아고길 도보순례를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산티아고길을 다녀와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조 목사는 이후 아름다운동행에서 진행한 자서전학교를 비롯한 여러 관련수업을 들으며 자서전 쓰기에 대한 내공을 갖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자서전 <조금만 더 가면>(해피데이)을 썼다.
“누구에게나 그 사람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남겨야 할 이유도 다양합니다. 자서전을 집필하기 이전과 이후는 다릅니다. 이 일은 자신과 진지하게 만나는 일이고, 내 삶의 의미를 묻고 해석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마주하는 ‘나’를 경험한 사람들은 비로소 ‘나의 삶’을 살아가기로 작정합니다. 그러나 파편처럼 흩어져 존재하는 우리의 과거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발굴해야 할지 또 이런 이야기들을 내 삶과 어떻게 관계 맺도록 연결해야 할지 이런저런 장벽들 앞에서 자서전 쓰기의 의지는 꺾이기 쉽습니다.”
마음은 있으나 쓸 엄두를 못 내는 이들을 돕는 ‘셰르파’가 되길 원했던 조 목사는 그래서 2019년 3월부터 ‘내 마음의 정원 자서전 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마을 가꾸기 프로젝트 사업으로 선정되어서 지원도 받았어요. 10명의 작가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서 썼는데 총 8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요. 봄부터 쓰기 시작한 자서전이 한 해 끝자락에 닿으면서 한 권의 책 <내 마음의 정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이들이 삶을 풀어놓기 시작하니 너무나 열정적으로 변했다. 글 쓰는 것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봉사자들이 합석을 해서 녹취를 하거나 받아쓰기도 했으며, 한 남편은 손가락이 다쳐 글쓰기가 어려운 아내를 위해 대신 글을 받아 적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렇게 고생한 줄 몰랐는데, 자신이 준 상처가 얼마나 큰 지 미안하다며 이후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남편이었다.

‘마음 속에 있던 생각을 풀어내니 마음이 후련합니다. 멍울처럼 마냥 아팠던 것, 많이 울고 눈물 흘렸던 것들을 다 쓰고 나니 아주 시원합니다. 치유도 되고, 다 풀어내고 나니 인생의 숙제를 마친 느낌입니다.’
- 송남이 님


책을 내고서는 12월 출판기념회도 했다. 작가들이니 당연히 사인도 해서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나누었는데, <내 마음의 정원> 표지와 작가의 각 이야기마다 10개의 일러스트로 그려준 손덕순 사모는 그림을 액자로 만들어 작가들에게 선물했다.
“자녀들에게 인사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어머니의 삶을 안다고 했지만 잘 몰랐다고요.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사신 줄 몰랐다고, 책을 읽다가 울 수밖에 없었다고요.”
“10명의 참가자 가운데 7명이 소녀 시절, 작가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70대 80대 할머니들이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고 너무나도 고마워하시더군요. 내적치유와 자존감이 향상되는 최고의 프로그램이었어요.”

또 다른 이야기로
올해로 31년째 사역중인 조석환 목사는 내년에 은퇴 예정이다. 또한 과림리교회도 지역 재개발로 인해 이전해야 된다. 풍경은 예전과는 달라지겠지만, 50년이 넘게 그 자리를 지켜온 과림리교회는 여전히 모두의 마음에 정겨운 모습으로 중심이 되어줄 것이다.
“저희가 낸 과림행전을 보시고 도전을 받은 두 교회가 준비 중에 있어요. 감사한 일이지요. 은퇴 후에도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하나의 집이 지어지면 소중한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듯이, 한 권의 책이 지어지면 사람들이 그 책 안에 들어와 공감하면서 행복한 미래를 공유합니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삶을 해석하고 나면 또 다른 세계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또 다른 순례의 길을 떠나는 과림리교회와 조석환 목사의 이야기는 그러니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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