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아트앤뮤직 최정주 큐레이터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
“<영혼의 창> 작가 켄 가이어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악은 때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의 순간에 평안을 준다.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의 순간에 위로를 주기도 한다.’ 음악으로 인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것이 비단 이뿐일까요. 좋은 음악을 대할 때 우리가 받는 평안과 위로는 예수님을 만날 때의 그것과 참으로 닮아 있습니다. 음악만이 아니라 회화, 조각 등 인간을 향한 사랑과 긍휼의 시선이 담긴 많은 예술작품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술이 주는 감동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한국예술융합교육학회 회장이자 아트앤뮤직 최정주 큐레이터(사진)는 이렇게 예술이 주는 감동을 설명한다.

또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예술이 주는 감동은 정신적 자극으로 인한 변화도 가져온다. 정해진 대로 돌아가는 생각의 수레바퀴 속에서 예술은 기존에 정립된 사고패턴에 새로운 정보를 주고, 새로운 이해와 연결이 자리 잡게 도와주는 것.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틈’을 선물해 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중요한 키워드가 ‘융합’입니다. 이 융합작업을 하기 위해 명화와 클래식을 접목한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제게 먼저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음악만 하던 제가 음악가로서의 감수성을 가지고 그림을 보고 느끼니 그 안에서 시너지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더 유연해지고, 도전적이 되었으며, 창의적으로 사고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음악을 듣고, 미술작품을 만나고, 사람들에게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했을 뿐인데, 그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니.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 가운데는 음악, 미술 같은 예술은 자신과는 관계없는 먼 나라 이야기로 생각하며 살아오셨던 분들이 계셔요. ‘나 같은 사람이 무슨, 알지도 못하는데’ 하면서 담을 쌓고 사셨던 것이지요. 그러나 서양 예술사의 한 획을 긋는 화가들의 작품과 음악가들의 작품을 융합적인 접근으로 감상하는 경험을 하시고 나면 스스로 음악을 찾아들으시거나 다음 단계로 편하게 가시지요. 그리고 입을 모아서 ‘이렇게 좋은 줄 모르고 살았어요. 다시 나를 찾은 것 같아요’라고 하십니다.”

<탕자의 귀환> 그림과 음악으로 만나보기
한 예로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환> 그림을 만나볼까. 영성가 헨리 나우웬은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 바가 있다.

‘마음은 칠흑같이 어두운 구석으로 빠져들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극심한 고뇌에 시달리면서 내적 치유를 위해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 힘들었던 시간 나는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환>과 그의 스케치들을 하루에도 몇 시간씩 들여다보곤 했다.’
“렘브란트가 죽던 해에 그린 이 그림은 어쩌면 인생을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 머리 숙여 통곡하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명암법을 즐겨 사용했던 렘브란트는 주인공들을 밝게 표현했는데, 특히 광채가 나는 것처럼 밝게 표현된 아버지의 양손을 가만히 살펴보면 더욱 놀라운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양쪽 손의 모양이 전혀 다르지요. 곱고 매끄럽게 표현된 오른손은 마치 어머니의 손처럼 부드러움과 보살핌을 상징합니다. 그에 비해 왼손은 너무나도 투박해 보입니다.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썼던 손, 자식을 돌보기 위해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마다않았던 아버지의 손과도 같습니다. 공의로운 하나님의 모습만이 아니라 사랑의 하나님 모습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과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도 이렇게 선곡해주었다.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 Salut D’amour, Op.12>. 1888년 엘가가 그의 아내와의 약혼을 기념하여 만든 노래로 엘가의 초기 작품이다.

“요즘에는 유튜브에 정말 좋은 음악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또한 한인 도슨트들이 외국에 있는 유명 미술관을 직접 찾아가서 작품을 소개하는 등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많아요. 하나 추천해 달라고요?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사라진 빈 연주홀에 들어가 고요한 공간 속에서 첼로를 연주한 카미유 토마스(Camille Thomas)의 공연도 꼭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고 도전해볼 때 자신을 둘러싼 알고리즘에 변화가 오는 것.
“물론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립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몰라도 예술은 우리에게 감동을 선물합니다. 두려워하지 않고 ‘한 발자국’ 나서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분명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갖지요. 그 시간이 누군가에는 스스로를 탓하거나 괴롭히는 시간이 되기도 하는데, 예술과 함께 만나면 치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최정주 큐레이터는 <말씀이 들리는 예술산책> 등을 저술한 바 있으며, 현재 JCC아트센터, 마리아칼라스홀, 성남아트센터, N갤러리 등에서 ‘최정주의 아트앤뮤직’ 큐레이션을 인기리에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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