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통통통>

ⓒ 문명예의 <봉숭아 통통통>, 책읽는곰

“엄마, 하나님이 티라노보다 더 크실까?”
“글쎄, 엄마 생각엔 하나님이 훨씬 크실 것 같아. 만드신 분이 하나님이시니까 더 크고 강하시겠지.”
여섯 살 된 아이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창조 세계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대체 얼마나 크신 분일까?’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우리는 얼마나 작을까?’로, 또 ‘개미나 거미같이 작은 곤충들이 사는 세상은 어떨까? 사람의 손이나 신발이 얼마나 무서울까?’ 등으로 이어지며 상상의 즐거움에 빠져들곤 합니다.

문명예 작가의 <봉숭아 통통통>(책읽는 곰)은 아이들과 함께 ‘작은 생명체’에 관해 이야기 나누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특히 여름철에 어울리는 풀꽃과 풀벌레의 이야기가 담겨있지요.
표지를 보면 봉숭아 꽃대에서 작은 봉숭아 씨와 여러 풀벌레가 튀어오르는 듯 보입니다. 제목의 ‘통’자를 붙들고 매달려 있는 거미의 모습이나, 몸이 둥글게 휜 애벌레의 모습이 어쩐지 익살스러워 보입니다.
개미와 거미, 무당벌레와 애벌레 등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느닷없이 날아오는 봉숭아 꽃씨로 인해 아수라장이 됩니다. 무당벌레는 봉숭아 씨에 날개를 세게 얻어맞고, 거미는 거미집이 망가지자 몹시 짜증을 냅니다. 화가 난 풀벌레들은 괘씸한 봉숭아를 혼내주지만 오히려 봉숭아 열매가 터지며 더 많은 씨앗이 통통통 날아옵니다. 게다가 씨가 날아가며 봉숭아 잎까지 흔들어대는 통에 풀벌레들은 봉숭아 씨와 함께 통통통 튕깁니다.
풀벌레들은 “우리 다시 혼내 주러 가자!”라며 봉숭아 아래로 우르르 몰려가지만, 아까와는 표정이 사뭇 다릅니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러 가는 양 잔뜩 신나 보입니다. 풀벌레들은 저마다 봉숭아 줄기에 다닥다닥 붙고 대롱대롱 매달려서 봉숭아 열매를 괴롭힙니다. 드디어 ‘탕! 탕! 탕!’ 봉숭아 열매가 터지고, 풀벌레들의 웃음도 터집니다.
한여름의 짜증스러운 더위를 식혀주는 듯 투둑 투두둑 소나기가 지나가면서 풀벌레들도 한바탕 신나게 잘 놀고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문득 줌아웃(zoom-out) 되어 그려진 풍경은 이들의 한바탕 놀이가 놀이터 한쪽 구석의 작은 화단에서 일어난 일임을 보여줍니다.

기껏해야 팔뚝만 한 길이의 봉숭아와 손톱만 한 풀벌레들의 이야기이지만 이처럼 작은 존재의 세계를 상상하다 보면 나와, 나보다 크신 이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림책 속 풀벌레들은 어딘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작디작은 봉숭아 씨에도 우리는 놀라고, 세게 얻어맞기도 하며, 화를 냅니다. 또 내 힘과 지식을 내세워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요.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모습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어른 독자들은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다”(이사야 55장 8절)고 하신 하나님의 관점에서 자신의 생각과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릴 적 봉숭아는 동네 골목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꽃이었습니다. 여름이면 봉숭아꽃과 잎을 따다가 곱게 빻아서 손톱에 물들이곤 했지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이 작아서 지나치기 쉬웠던 풀꽃들, 풀벌레들을 살펴보며 여름날 풀꽃의 냄새는 어떠한지, 풀벌레는 어떤 소리를 내는지 경험해 보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이번 방학에는 아이와 함께 봉숭아꽃을 함께 보고 꽃잎도 직접 따 보며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 봐야지 생각해 봅니다. 봉숭아 씨도 받아서 모아두었다가 작은 화단에 함께 심어봐야겠습니다. 어쩌면 아이는 풀벌레들을 위협했던 그 봉숭아 씨가 눈에도 잘 보이지 않고 손가락으로 잘 집히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을 보고 새삼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현경
성균관대학교 아동문학미디어 교육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한국문예원언어콘텐츠연구원에서 연구하며, 경인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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