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만 말하는 쌈톤 사역자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한 명도 없던 나라에 하루 5~60명씩 감염자가 나오면서 국가적인 폐쇄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교회 모임은 물론 생존을 위한 모든 활동도 중단됐습니다. 하루살이처럼 사는 사역자들이 걱정이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북쪽 산악 마을, 가장 어렵고 힘든 지역에 정착한 사역자 쌈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방역은 잘 하고 있는지, 생필품은 구할 수가 있는지, 식량은 여유가 있는지 파악하고 싶었지만 그는 “모든 게 감사할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 더 고단하게 사는데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마치 ‘감사’라는 단어만 기억하기로 작정한 사람 같습니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삶의 궤적으로 살아왔는지 알고 나면 그의 행동이 진심임을 알게 됩니다.

가정에 닥친 비극
쌈톤이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는 새로운 작물을 재배해 큰돈을 벌겠다며 돈을 빌려 씨앗을 샀습니다. 그러나 재배기술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시행한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그 이듬해, 아버지는 다시 돈을 빌려 시도했지만, 3년을 내리 실패하며 큰 빚만 남겼습니다.
매일 술로 살던 아버지는 어느 날 술 취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습니다. 그리고는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상상도 못할 병원비까지 빚으로 남아 쌈톤 가족과 이웃들 간의 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죽어가는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간 이웃들을 원망했고, 이웃들은 호의를 원망으로 갚는 쌈톤 가족을 비난했습니다.
10대였던 쌈톤은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남의 집 종살이를 하며 전쟁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친구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 왔지만 쌈톤은 그럴 여유도 없었고, 또 그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분노했던 그가…
그렇게 살고 있던 그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인근 마을에 교회를 개척한 현지인 사역자였습니다. 사역자는 복음을 전하며 그를 위로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쌈톤은 불같이 화를 내며 멱살잡이까지 했습니다. 사역자가 말하는 ‘평안’, ‘소망’, ‘기쁨’과 같은 단어들이 거슬렸고, 자신의 처지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에 분노를 느꼈던 것입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사역자를 몇 차례 더 만났지만 화가 풀리지 않은 쌈톤은 온갖 욕설은 물론 저주까지 하며 사역자를 밀쳐냈습니다.

그 후 병으로 시름시름 앓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어머니와의 껄끄러웠던 관계 때문에 선뜻 와서 돕지 않았습니다. 그때 도와준 사람들이 사역자와 그 교회 성도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위선 같아서 다 쫓아내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이웃마을에 있는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미움은 있었지만 도움을 받은 것에는 감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마침 찾아간 날이 성경공부를 하던 날이라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성도들 틈에 앉아 기다리며 성경 말씀을 듣는데 마음의 변화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이 인생의 분수령 같은 순간이 될 줄이야! 그 후 그는 그렇게 증오했던 사역자에게서 복음을 들었고 신앙훈련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절망이 깊었던 만큼 변화의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고통이 감사의 자양분 돼
몇 년 동안의 훈련 끝에 사역자로 세워졌고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곳에 가겠다는 그의 뜻에 따라 북부 산악지역의 고립된 마을로 파송했습니다. 우리는 족쇄처럼 그를 옥죄고 있는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큰 농지를 임대해 주었고, 그곳에서 일하며 사역하도록 도왔습니다.
그는 그야말로 뼈가 부서지도록 일을 합니다. 그리고 수시로 시간을 내어 복음을 전하러 다닙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사역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교회가 개척됐습니다. 너무 고생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자기는 영적으로, 그리고 이 땅에서 과분한 복을 받아서 평생 감사만 하며 살아도 모자라다고 고백합니다. 그동안 겪은 고통의 순간들이 감사의 나무를 키우는 자양분이 되는 듯합니다. 지금처럼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그이지만 그러면서 가장 든든한 사람이 쌈톤 사역자입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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