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유연함'에 대하여
폴 빌라드의 소설 <이해의 선물>. 혼자 사탕가게에 간 소년은 사탕을 고르고는 주인 손에 사탕 값으로 은박지로 싼 버찌씨 여섯 개를 건넨다. 당황하여 머뭇거리는 주인 위그든 씨를 보자 소년은 근심스럽게 모자라느냐고 묻는데 그는 “돈이 좀 남는구나. 거슬러 주어야겠는데”라며 소년에게 2센트를 건네준다.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 아내와 외국산 열대어를 파는 장사를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년이 물고기를 사겠다며 값비싼 열대어를 고르더니 자신 있게 5센트짜리 두 개와 10센트짜리 한 개를 내놓았다. 기쁨과 기대에 찬 눈. 그 순간 소년, 아니 열대어 가게 주인은 먼 옛날 위그든 씨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돈이 남는다며 아이에게 2센트를 건넨다.
자신만의 방식과 생각을 고집하며 경직되게 살아가는 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 이야기를 가져온 것은, 유연함이 타인에 대한 배려의 자세며, 미래를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보여준 관용은 한 아이가 유연한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었고, 경험한 대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 우리 모습을 ‘유연함’으로 바꿀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가.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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