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유연함'에 대하여

클래식 음악이 나올 때 강약이 드러나며 부드러운 연주를 듣게 되면 감동이 일어 연주가가 누군지 찾아보게 된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이나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미지의 세계로’ 등 명곡들이 엉킨 마음을 풀어주는 데에는 그만큼 유연한 연주가 필수다.

어떻게 유연한 모습으로 살까
나이가 드는 일은 세상의 어려움을 더 많이 알아가는 거라는 깨달음대로, 살아가며 사람과의 관계, 경제 문제와 갈등을 만나기도 하고 건강 때문에 좌절하게도 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힘든 정서 가운데에 효율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게 가능한지 알기 위해 ‘어떻게 어려움을 견뎌내었는지’를 질문해 답을 얻고 있다. 그것은 평소 삶의 작은 일에 ‘유연한’ 자세를 시도하며 그 이점을 발견해낸 사람들이 힘겨운 상황 가운데서도 그렇게 할 수 있더라는 것이다.
마음의 유연성은 ‘열려있다, 부드럽다’는 말과 연결된다. 따라서 시각을 바꾸어보거나 넓게 보는 것을 뜻한다. 객관적으로 문제를 보려는 노력은 마음의 유연성을 키우는 첩경이 된다. 신경언어프로그래밍(NLP)의 창시자이며 개인 변화 분야의 권위자인 리처드 밴들러가 ‘한 가지의 선택만 고집한다면 로봇일 거’라 한 것처럼, 강박적 마음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유연함은 아이에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덕(德)의 차원으로 최고의 경지(excellence)를 말한다. 마치 어려운 악보를 잘 이해하고 연습한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연주하면서 나타나는 경지와 같다. 이것이 생활 속에 나타날 때는, 대처하는 능력의 성숙함으로 화를 다스리는 모습이 되고, 필요할 때는 도움을 청하는 겸손함이며, 상한 자존심을 스스로 성찰해가면서 희망의 끈을 잡고 회복을 이루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어둡고 부정적인 상황을 완화케 하는 기운, 그 유연함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만성 스트레스&적응 유연성
그저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할 수 없는 게 삶이다. 그렇다고 지나간 일을 놓지 않고 앞날을 염려하는 일은 ‘스트레스 시스템’을 더욱 활성화한다.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자들이 내놓은 방안은, 마음을 열고 통찰력을 동원하라는 것인데, 통찰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평소의 삶 가운데 창의적인 일을 하며 감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고, 성향에 따라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것이 통찰을 갖게 한다.
생활 속의 방법으로는 집을 수리하거나 옷을 수선하는 등 무언가를 수선하고 수리하는 일이 자기효능감을 주며 창의성을 키운다는 사실이다. 물건이나 옷을 살리기 위해 잘 관찰하고 발견해내는 가운데 자기 확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게 한다는 것. 그러면서 삶을 스스로 통제할 힘도 생기며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적용도 해볼 수 있다. 자녀가 잘못한 일 앞에 꼭 벌을 줘서 고쳐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 잠깐 멈춰보라는 린드그렌(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저자)의 충고다. 그녀는 독일 출판사 서점협회 평화상을 받으며 한 일화를 소개했는데, 아이의 엄마가 화가 나서 아이에게 회초리를 구해오라고 했을 때다. 아이가 한참 만에 돌아와 돌멩이를 건네며 한 말은 ‘회초리를 못 찾았어요. 대신 이 돌멩이로 엄마는 나를 아프게 할 수 있을 거예요’였다.
우리가 자녀의 잘못된 것을 교정할 방법이 아프게 하는 방법밖에 없는가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목표(확고함)에 대한 경직성 내려놓기
우리가 살아가면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전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펼쳐지는 삶의 흐름에 따라 목표를 조금씩 유연하게 수정해 나가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다. 지금 위치에서 방향을 고쳐 잡으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배우고 경험하는 기쁨을 주며 자신의 자원을 찾게 해주기 때문이다.
현재의 생활에서 결함도 느끼지만 재미있는 점을 찾으며 초연한 자세를 갖는 것은 남을 이해하며 관대해지는 지름길이 된다.
간혹 법과 원칙을 매우 중시해 그것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참고해야 하는 말이 있다.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법에 복종하는 것이 일시적 질서는 가져오나 정의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말과 마틴 루터킹이 “독일 히틀러가 저지른 일들도 합법적이었음을 잊지 말라”고 한 말이다.
또 <법의 정신>을 쓴 몽테스키외는 법 자체보다 법을 형성하는 생각이나 감정을 알고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며, 개인의 올바른 덕성을 강조한 점이다.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가
집단 상담에서 각자가 꼭 지키려는 행동 규칙을 써보게 할 때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한다’, ‘~는 절대 해선 안 돼’ 등의 문장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것들을 언제까지, 얼마나 지키는지, 그것을 따르며 어떤 마음이 드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그 신념은 형식일 뿐이며 그 속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욱이 ‘꼭~’ 이라고 여긴 신념에 한 번도 질문해보지 않은 모순된 부분을 짚어 다른 시각을 열게 되면, 말 표현에서 먼저 경직함을 피해야 함을 느낀다. 그 자리에 ‘가능한 한’, ‘웬만하면’을 넣어 말하면 훨씬 유연한 사람으로 살게 될 거다.

말 습관을 바꾸는 노력은 돌밭을 흐르는 물처럼 우리를 유연한 대화와 관계의 길로 이끄는 실제 방법이 될 수 있다.
남에게 맞춰가는 의사소통을 최선으로 여기는 사람은 겉으로 늘 상냥하나 내면에서 무가치함을 느끼기에 언젠가 불일치를 드러내게 되고, 비난형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공격의 말로 자신을 방어해 그 그룹을 부정적으로 물들게 한다. 또 말을 길게, 어조 변화 없이 하는 사람은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가리려 갖는 태도로 지루하고 권위적인 인상을 심는다. 이외에 여러 얘기에 다 참여하면서 간만 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그것이 자신에게 안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나 관심을 줄여 가치 있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 안에 위의 유형들이 느껴지면 생각과 마음, 말이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연함은 겉으로 보이는 부드러움 뿐 아니라 내면의 힘이 받쳐줄 때 멋지게 나타나는 모습이기에 말이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이며 평온하게 하시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변화시키는 용기를 갖게 하소서.
그 둘을 분별할 지혜의 눈을 주소서.
- 라인홀드 니버

전영혜 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