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방& 카페 노란우산>

김승범 기자가 직접 걸으며 오감으로 느낀 특별한 공간을 하나씩 소개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사색이 있는 공간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편집자 주>

어릴 적 부모님께서 동화책을 읽어 주셨던 적이 있었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각지고 단단한 동화책으로 집을 짓고, 그 안에서 놀던 기억은 있는데 말이다. 아들이 말을 하기 시작할 때쯤 책을 읽어주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는 여러 권의 책을 들고와 내 무릎에 앉아 쌕쌕 숨소리를 내며 책 읽어주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네다섯 권은 기본, 졸면서도 애써 읽어줬던 그 시간들이 지금은 무척 그립다.

커피와 그림책이 있는 책방
제주에는 지역마다 나름의 다양성을 가진 책방이 40여 군데 있다. 육지의 여느 도시보다는 문화적 혜택이 부족하기에 책방은 다양한 정보와 지적 호기심을 달랠 수 있는 곳이다.
그중에 그림책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그림책방&카페 노란우산’은 1호점(서귀포 안덕면 서광리)과 2호점(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이 있다. 카페의 분위기는 커피 한잔 마시며 책보고 싶은 그런 편한 분위기다. 직접 만든 제로웨이스트의 실용적인 소품들도 카페 주인의 결을 보여준다.
7년 전 김종원 대표는 아내와 함께 제주로 이주해, 이곳에서 전인적 힐링스테이의 비전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 작은 그림책방이지만 북토크, 작가워크숍, 독서모임, 콘서트, 그림책 읽어주기 교육 등 (현재는 코로나로 위축은 되었지만) 다양한 활동과 행사들을 해왔다. 주인장은 전 세계 3000명 안에 드는 커피 감별사로 커피맛집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을 만들었다.

그림책 통해서 본질 만날까
동화책이 예전에는 아동도서로만 분류되어 주로 아동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여러 출판사들과 그림책연합회에서는 동화책이 포함된 그림책이라는 도서장르로 분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림이라는 매개로 오감을 통해 다양한 철학, 감성, 정보 등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림책방에 있는 책들을 보면 아동들을 위한 동화도 많지만 어른들이 볼 수 있는 동화의 다양성에 무척 흥미로웠다.
책방을 운영하며 실제로 그림책을 통해 마음이 치유되고 변화되는 부모들의 사례를 보고 듣는다고 한다. 어른으로서 사는 여정에서 잊히고 무감각해지고 포기하며 불필요해지는 그 어떤 본질의 순수함을 들키듯 만나게 되지 않았을까. 그림책 테라피, 그림책 심리학이 있을 정도로 그림책은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쉽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어떤 마을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의 투박한 손으로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을 제작하여 판매한다.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지만 무겁지만은 않고 유쾌한 감동과 함께 직관적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만든 그림책은 놀랄 만큼 기발하고 예쁘게 잘 만들었다. 전에는 자서전을 만들며 지난 인생들을 정리해 볼까도 했는데 그림책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게 됐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그리는 과정과 결과 모두에 치유와 감동이 있지 않을까.

인생의 주연으로 어떤 배역으로 살아왔든 살아가든 순간순간 어떻게 그리고 어떤 색을 칠할지는 내 몫이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인도하심대로 곁길로 빠지지 않고 깨어 있어야 하는 영적 성실함이 늘 관건이다.
먼 훗날 다시금 손주를 무릎에 앉히고 할아버지의 그림책을 들려주는 행복한 꿈을 꾸어본다.

사진·글 =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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