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동부에 있는 라술라 마을에는 예수 믿는 사람도 없고, 전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정성껏 병든 사람이 있다고 하면 찾아가 기도해 주고, 가난한 가정에는 먹을 것을 들고 가 격려했습니다. 그런 정성을 알아 마을 사람들도 우리가 좋은 사람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 예수를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인생이 송두리째 부서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듯 했습니다. 이럴 때는 무엇인가 결정적인 충격요법이 필요했습니다.

한의사를 만난 마을사람들
그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단기선교팀이 찾아왔습니다. 그 팀 안에 한의사 한 명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젊은 청년으로 경험이 많지 않았습니다. 생소한 치료법이 사람들에게 통할 지 확신도 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하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온 마을이 떠들썩해졌습니다. 한의사 청년이 자기가 의사라고 소개하고 곧 당신들을 치료해 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이 말이 지금 당장 모두를 치료해 준다는 말로 잘못 전달되어 온 동네가 난리법석이 난 것입니다.

침을 놓자
나무그늘 주변에는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부터 피부병에 시달리는 어린 아이까지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이 모였습니다. 한의사 청년은 자리를 정돈하고 진찰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환자는 할머니였습니다. 온 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병을 안고 사는 분입니다. 사람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할머니가 어떻게 치료받는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의사 청년은 할머니를 엎드리게 하더니 등 뒤에 침을 꽂았습니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침이 셀 수도 없이 많이 꽂히는 광경을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 갔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치료법에 대한 갑론을박이 시작된 겁니다.
그때 무리 속에 끼어있던 한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트렸고, 그것이 출발 신호탄이 되어 모든 아이들을 울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의 옷자락을 잡아끌며 그곳을 벗어나려 했고, 엄마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 밀물 빠지듯 모든 사람들은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처음 보는 치료에 대한 괴리감이 이렇게 컸습니다.

두통에 시달렸던 한 아주머니
그러나 모두가 떠난 그곳에 한 아주머니가 남았습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만성두통에 시달리는 분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 고통을 견디며 사느라 정신이 나갈 것 같다고 하소연하던 것을 기억합니다. 더 사느니 죽고 싶다는 말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살았기에 수십 개 침이 몸에 박히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두통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그녀는 무엇이든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의사 청년은 아주머니의 건강 상태를 듣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주머니의 병은 너무 심각해서 제가 고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기도하면서 치료하려고 하는데, 만약에 이 병이 고쳐지면 제가 고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기도하는 그 하나님, 예수님이 아주머니를 고치신 것입니다.”

청년은 믿음으로 그렇게 이야기했겠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제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혹시라도 만성두통이 낫지 않으면 사람들은 예수님을 무능한 신으로 간주할 테고, 거의 무르익은 사람들의 마음도 어쩌면 닫혀 버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의사 청년이 던진 승부수에 이 마을의 운명도 걸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침을 놓는 동안 그 아주머니보다 제가 더 간절하게 기도를 한 것 같습니다. ‘이 여인이 살아야 주님이 삽니다. 도와주세요’라고.

그리고 6개월가량이 지났을 무렵 현지인 목회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아주머니의 만성두통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한의사 청년이 말한 대로 자기를 고친 분이 예수님이라며 마을 사람들에게 전도하며 다닌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 결단의 문이 이 여인을 통해 활짝 열렸습니다. 내가 믿지 못했던 경험 없는 한의사 청년은 기폭제와 같은 역할로 쓰임 받았고요. 그래서 선교는 누구도 유능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겁니다. 누가 더 잘 쓰임 받느냐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