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있기에 중하고 경한 것을 나눌 수 없지만 주님이 특별히 칭찬하실 사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늦은 저녁, 다크 서클 가득한 눈으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문 밖에서 아이들이 성경을 읽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연한 소리로 여기고 넘기려다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소리에 아내의 숨은 수고와 섬김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나중에 주님께 가면 나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당신은 칭찬하실 거야. 생명을 낳고 길렀으니까.”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이야기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나는 자주 생각합니다. 내가 섬긴 사역이나 시간 혹은 모든 작품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바로 ‘생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신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기에, 돈으로 환원되지 못하는 수고와 시간은 무가치하고 자신을 쓸모없고 무능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을 위해 애쓰는 모든 것들은 주님 앞에 얼마나 놀랍도록 아름다운 가치인가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들 주변에 셀 수 없는 천사들의 날갯짓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주님 앞에서 우리는 작품이나 작업, 혹은 이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로 살아야 합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주님께 기대어 또 하루를 살아가겠습니다.

이요셉
색약의 눈을 가진 다큐 사진작가. 바람은 바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늘은 그늘대로 진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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