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보여주기'에 대해 : 왜곡된 이상 성찰하기

클럽하우스 열풍?
“연애 경험 나누어요~”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음성기반 SNS인 ‘클럽하우스’(Clubhouse)에서 열린 한 방의 제목이다. 200여 명의 사람들이 입장해 있었고, 그 중 모더레이터(방을 만든 사람)가 지정한 10여 명이 이야기 중. 소위 ‘몸짱’, ‘얼짱’ 프로필사진을 건 스피커들은 자신의 연애 경험을 무용담처럼 나누고 있었는데, 모더레이터가 한참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실제로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그 방에 있었던 거다. 방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문자, 사진, 영상이 주를 이루는 SNS 생태계에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한 클럽하우스는 오로지 ‘소리’로 소통한다. 최근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인 등 소위 인싸(인사이더를 줄인 말로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 또는 유명인을 말한다)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반향을 크게 일으켰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 쌍방향 소통을 원하는 사람들의 대화 장소로 이용되며 급성장하는 중이다.
특히 기존 가입자의 초대를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라, 초대권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5천 원부터 3만 원까지 다양하게 팔리기도 했다.
한편, 클럽하우스는 시작부터 큰 기대와 주목을 받은 만큼 우려되는 점도 있다. 익명성 뒤에서 ‘참 나’가 아닌 ‘다른 나’로 활동하며 나타나는 부작용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클럽하우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SNS의 역설, 익명성의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아 불일치, 자기와의 소통
소통은 타자의 정보를 인식하고, 해석하며, 반응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최근에는 소통에서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NS는 그러한 요구를 매우 잘 충족시키는 도구로서, 편리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타인에게 공개하고, 자아를 표출할 수 있다. 문제는 SNS에 공개되는 자신의 이미지에 ‘실제적 자아’ 뿐만 아니라 ‘이상인 자아’도 있다는 점이다.
커뮤니케이션학자 김연주 교수는 많은 SNS 이용자들이 타인에게 실제적 자아보다 이상적 자아를 표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자아정체성 표출은 ‘인정욕구’와 연관되어 있는데, 이 욕구가 SNS에 반영되어 자신의 모습을 타인에게 공개함으로써 인정을 받고, 긍정적인 정서 보상을 받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상적 자아와 현실의 괴리가 심할 때 ‘자아 불일치’가 발생함을 강조한다. SNS는 이용자의 관심과 의도에 따라 이미지가 가변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럴듯한 모습’으로 포장하여 타인과 소통을 하고, 자기 자신을 과장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것이 ‘자아 불일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아 불일치 상태가 되면 불만족, 슬픔, 실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유발되며, 우울증과 같은 병리 현상이 발생된다는 학계의 연구는 SNS 홍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엄중히 살펴보아야 할 정보다.
결국 자아 불일치는 자기 자신과의 소통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나’가 ‘현실의 나’를 긍정하지 못하는 불통 상태.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희생된 본질적인 소통의 비애다.

현실, 그리고 왜곡된 이상
공공신학자 존 드 그루치(John W. de Gruchy) 교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성찰하면서 ‘산업화’가 만들어 놓은 체제 속에서 ‘경제적인 것’에만 몰두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생각하기’를 멈추고 ‘잘 먹고 잘사는 일’에만 관심을 가질 때, 인간다움이 상실되고, 체제가 요구하는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현상은 ‘신학’에서도 이른바 ‘번영신학’으로 나타난다. “목회자들의 사고가 번영을 지향하면 돈을 얻고, 부자가 되고, 권력을 얻는데 몰두하게 되고, 성도들은 부의 복음, 부의 신학에 지배를 받게 된다”는 그루치 교수의 지적은 SNS상에서 나타나는 자기 과시, 즉 이상적인 자아상을 추구하는 현상과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다. 결국 경제 제일주의 사회 속에서 이상적인 자아상이란 ‘잘 사는 나’, ‘잘 먹는 나’, ‘잘 입는 나’, ‘좋은 곳에 가는 나’가 아닌가.
명품 구매, 맛집 투어, 외제차 몰기 등 현실적이지 않은 소비행태들은 왜곡된 이상을 추구하는 데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문제는 이러한 왜곡된 이상이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번영신앙/학이라는 이름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적 자아와 실제적 자아를 완전히 일치시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건강한 이상적 자아는 오히려 실제적 자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SNS 역시 온라인을 통해 맺은 가상의 관계들이 이용자의 사회적 지지의 기반이 되는 등 실제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분절화된 사회, 개인화된 풍조 속에서 ‘소통’ 그 자체에 목마른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제공하고 외로움이나 우울증으로부터 극복된 사례들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이 ‘경제주의’의 세례를 받아 왜곡될 때, 그 건강성이 담보될 수 없다. 비윤리적인 소비를 부추기고, 그러한 소비행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증명하려고 하는 자기 과시적 경향은 ‘이상의 나’와 ‘참 나’ 사이의 거리를 넓히기만 한다. 그렇게 일치되지 않은 자아로부터 온당하고 건강한 ‘소통’이 일어날 리 만무하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소통’에 더욱 목마르다. ‘대면’이 어렵기에 ‘비대면’이 소통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고, SNS라는 소통 플랫폼은 이용자를 날마다 늘려가고 있다.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 우리를 더욱 건강하게 하고, 정신과 삶의 고양을 가져오도록 하기 위해, 온라인에 드러나는 ‘또 다른 나’가 어떤 모습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왜곡된 이상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기를, 그래서 온/오프라인 사회 모두에서 건강한 소통이 일어나게 되기를 바라본다.

민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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