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세대와 만나기

소통이 걱정된다
‘아, 우리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라때는!’을 외치지 않더라도 요즘 애들이 참으로 어렵다. 똑똑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건만, 말 붙이기도 어렵고 뭐라도 하자고 하면 어찌나 냉장고인지. 게다가 어쩜 그리 ‘지 것’은 잘 챙기는지! 어떤 때는 무시당하는 것 같아 자존심 상하고, 간혹 두렵기도 하다. 내 자식이건 남의 집 자식이건 얘들하고 앞으로 긴 세월을 같이 ‘세대’로 살아야 하는데 어찌할까나!
애가 있거나 애가 컸거나, 심지어 애가 없어도 사회생활 좀 해보고 인간관계 좀 해봤다는 사람들은 모두가 신세대들과의 소통이 걱정이다. 그 옛날 기원전 196년 고대 이집트 로제타 석에도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써있다 하고 인류는 원래 반항하며 성장해 왔지만, 문헌은 문헌이고 기록은 기록일 뿐 내게 무례한 건 매번 열 받는다!

MZ세대 알아보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니, 요새 그 유명하다는 ‘MZ세대’ 이야기를 해보자. 이른바 MZ세대는 만 24세~37세의 밀레니얼 세대와 만 8~23세의 Z세대를 일컫는다. 밀레니얼 세대라면 만 54세~73세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에서 만 38~53세인 X세대들이 낳은 자식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이 세대가 교육도 많이 받고 각방도 써보고, 풍요를 만끽하며 큰 아이들이라 그런지 아주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버릇이 없는 걸까? 대개 기성세대들은 이들에 대해 ‘경청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도무지 어른들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기에 무례하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리라.
하지만 MZ세대는 윗세대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무작정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와 무관하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뿐이다. 이들의 주요 가치는 투명성과 공평성이고 현실지향성이 크며 무엇보다 ‘나와 어떤 연결 혹은 상관이 있는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결과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정의이며, 막연한 미래를 위해 삶을 낭비하고 현재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보다 현재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기에 ‘비전’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하지 못한다.

MZ세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들이다. ‘다른 애가 중요하니, 네가 중요하지?’, ‘현재에 집중하라고!’, ‘너랑 관계있는 일만 해도 넌 바쁜 애야’, ‘현실적으로 생각해라!’ 아이들이 자라며 부모와 어른들에게 장시간에 걸쳐 들어왔던 말들을 이제 어른이 되어 정말로 훌륭하게 실천 중이건만, 이제는 윗세대를 충분히 돌아봐주지 않는다고 하니 그 세대가 볼 때는 어른들의 이런 투정도 어이가 없는 일일 게다.

MZ세대와 소통법칙 5가지
사정이 어떻건 간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도무지’를 빼고 ‘매우 잘’로 바꾸고, ‘소통이 안 되는’을 ‘대화가 잘 통하는’으로, ‘말을 안 듣는다’를 ‘존경 받는다’로 바꾸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통해야 21세기 인류와 말문을 트고 대화를 하고 삶을 나눌 수 있을까?
답은 MZ세대에게 물어보면 바로 얻을 수 있다. 이들에게 물어보니, 이들은 5가지를 기준으로 대화하자고 말한다.

첫째, 상대가 옳다 생각하고 먼저 끝까지 들을 것.
둘째, 다 아는 척 말고 본인의 잘못이나 한계를 먼저 말할 것.
셋째, 우리에게 다 미루지 말고 현실적 대안을 생각하고 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것.
넷째, 행동으로 본인 말을 증명할 것.
다섯째, 반말하지 말고 존대할 것!


이게 틀린 말은 아닌데 살짝 기분이 묘하나,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간단하고도 매우 합리적이다.
사실 우리도 20~30대 젊은 심장일 때 읽었던 인격적이고 합리적인 대화의 기준과 준칙으로 배웠던 내용들인 것 같다. MZ세대 역시 인류간 대화의 방식 기준을 가질 테고 이를 책과 부모와 선배들에게 배웠을 텐데, 이들은 왜 다른가? 답은 간단하다! ‘눈치시냅스’ 대신 ‘합리시냅스’를 MZ 인류가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요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 MZ세대를 공부하자. 알아야 사랑한다. 깊이 알면 더 사랑한다. 합리의 MZ세대는 이런 노력을 ‘증명’이라고 할 것이고 ‘도움 요청’이라 생각할 것이며,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고, ‘나와 연결된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결과에 합당한 대가’로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다른 인류와 이렇게 새로이 손가락을 서로 맞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들을 공부하자. 공부하는 어른은 반드시 합리를 읽어낸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장이자 한국노인상담센터장. 상담전문가이자 부모교육전문가로 활동중이며 나이들어가며 필요한 것들과 어른의 역할에 대한 글을 주로 쓴다. <나이들수록 머리가 좋아지는 법> <가족습관> 등을 썼으며 <이호선의 나이들수록>을 글로 쓰고 영상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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