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세 지속... 중동산유국 완성한 투자 과시

지난 달 27일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미국 시티그룹 지분의 4.9%를 75억 달러에 매입했다. 미국 최대금융그룹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전 최대주주도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지분 3.97%)였다. 그 전날 두바이정부투자사는 소니 지분을 5% 이상 샀다. 지난 달 16일엔 아부다비정부투자사가 미국 정보기술(IT)업체 AMD지분 8.1%를 6억22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지난 9월에도 아부다비정부투자사는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지분의 7.5%를 13억5000만 달러에 가져갔다. 두바이증권거래소는 런던증권거래소의 지분 28%, 나스닥 지분 19.9% 만큼의 소유주가 됐다. 카타르투자청도 런던증권거래소의 지분 20%, 북유럽증권거래소 지분 9.98%를 사들였다. 지난 5월엔 두바이투자청(DIC)가 영국 HSBC 지분을 샀다.
오일(oil)머니가 넘쳐나고 있다. 기름 값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전 세계적 수요가 끊이지 않은 결과다. 이에 따라 중동산유국들의 바이(buy)파워가 막강해지고 있다. 80년대 일본이 엔화강세에 힘입어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던 것과 비교된다. 투자처를 비공개로 하고 있어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지만, 중동 산유국 국부펀드 투자여력은 4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그룹 매킨지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오일머니(걸프협력위원회 6개국 기준)는 총 5,420억 달러가 풀렸다. 이 가운데 55%는 미국, 18%는 유럽에 투자됐다. 아시아에 11%, 중동, 북아프리카에 11%가 들어갔다. 산유국 중 2006년 말 현재 해외투자자산규모가 가장 큰 것은 역시 걸프협력위원회 6개국이었다.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이 세계에 뿌려놓은 돈은 2조 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제리, 이란,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 기타 중동국가들이 3,0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노르웨이가 7,000억 달러, 러시아가 6,000억 달러, 베네수엘라가 1,000억 달러,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가 1,0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리먼브러더스의 에드워드 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걸프 연안국들 경제규모는 크기로 네덜란드 수준이지만, 원유수출 수입으로 매주 50억 달러의 돈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자존심 ‘시티그룹’의 최대지분을 중동펀드가 소유하긴 했지만,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등으로 허덕이고 있는 세계경제는 숨통을 트게 됐다. 폭락을 거듭하던 미국과 전 세계 증시는 아부다비투자청의 시티그룹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단숨에 상승반전하기도 했다.
중동펀드는 막대한 돈을 운영하기 위해 해외 유력인사 영입도 열심이다. 두바이투자청은 최근 노부유키 이데이 전 소니 최고경영자(CEO)와 헬무트 판케 전 BMW CEO, 쟝-피에르 가너 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CEO를 글로벌 전략 주식 펀드의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1976년 설립된 아부다비투자청은 초고층 금융빌딩을 소유, 자체거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뉴욕 월가의 금융전문가 1300명을 고용해 투자의 정교함을 더하고 있다.
오일머니의 운용방법은 중국도 배우고 나섰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외환보유고(1조4600억 달러)를 자랑한다. 이 중 7분의 1정도만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CIC) 러우지웨이(樓繼偉)는 “중동펀드처럼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선 최소 1년 이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CIC는 공식 출범 전인 지난 5월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 기업공개(IPO)에 3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이후 주가가 40% 이상 빠지는 곤혹스런 경험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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