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 교수의 <동굴에서 광장으로> 출간

‘헬멧 속에 숨은 어기, 세상 밖으로 나오다’
영화 <원더>의 카피. 안면기형장애를 갖고 있는 10살짜리 어기는 자신의 외모 때문에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며 가족이 아닌 남들 앞에서는 헬멧을 쓴다. 어기의 세상은 그래서 가족이 전부다. 그런 어기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엄마와 아빠는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하는데, 등교 첫날부터 사람들의 시선에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어기는 과연 가족과 헬멧 안 ‘동굴’ 속에 머무를 것인가.

최근 소통 실용서 <동굴에서 광장으로>(학지사)를 펴낸 이의용 교수(전 국민대 교수,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에 따르면 이렇게 소통의 폭이 좁은 사회생활, 즉 나 홀로 삶을 사는 사람이 사는 공간을 ‘동굴’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동굴형’ 소통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 같은 혼자 즐길 수 있는 도구들이 늘어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가부장적 문화입니다. 직접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최선을 추구해야 하는데 암묵적으로 최적을 추구하며 눈치를 봐야 하는 문화가 소통을 막는 것입니다. 또한 가정에서 소통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은 입시 준비 동굴에 갇혀있고, 부부, 부모 자녀의 소통에도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되어 소통이 더 잘 안 됩니다.”
문제는 이 후유증이 대학 교실로, 직장 업무 현장으로, 새로 이루는 가정으로, 크고 작은 공동체 생활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어떻게 할 것인가.

“동굴에서 광장으로 나와야 합니다. 나만의 세계, 끼리끼리의 세계에서 나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름을 발견하며 인정하고, 다른 것에 대해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 소통을 해야 합니다. 광장에서는 어떻게 소통할까요? 결국은 ‘삶’입니다. ‘감사’를 표현하고 ‘배려’를 한다면 광장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광장에 나서게 되면 분명 어려운 일도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겨내야 할 갈등도, 고민도 생긴다. 그러나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될 뿐 아니라 상대방을 알게 되고 감정과 생각, 정보, 욕구를 교류하고 공유함으로써 삶이 풍성해진다고 말한다.
“이제 다시 발견해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을, 이웃을, 자신을 재발견할 때 우리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는데 이웃이 누구인줄도 모르면 안 되지 않습니까. 이웃과 ‘어떻게’ 사랑하며 살지 모른다면 안 되지 않습니까.”

<동굴에서 광장으로>는 그런 소통을 도와주는 워크북이다. 혼자 읽는 책이 아니라 둘이서, 소그룹에서 함께 해보며 연습하는 것. 말하기-듣기, 쓰기-읽기의 소통의 4중주를 해보는 것으로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상황, 곤란한 상황, 갈등사례와 함께 적절한 해법을 안내해주며, 유튜브 ‘이의용TV’를 통해서도 계속해서 소통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다시 어기 이야기로 마무리를 한다면, 어기는 ‘동굴’에서 나와 ‘광장’으로 나선다. 학교에서 무시당하는 아픔을 겪기는 하지만 그래도 배려하고, 때로는 저항하며 소통한다. 중간에 위기가 있었으나 아빠가 헬멧을 숨겨놓은 덕분에 헬멧 안으로 도피하지 못한다. 그리고는 결국 친구를 만나고 성장하게 된다.
다시 봄을 맞는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다른 사람에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인가?” 봄의 풍성함은 문을 열고 나서야 만날 수 있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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