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마음을 응원하는 그림책,

얼마 전 일본 이바라키현의 한 도시 거리에 놓인 화분에 자원봉사자들이 알록달록한 색깔로 뜨개질 한 옷을 입혔다는 TV 뉴스를 보았습니다. 화분이 색색의 뜨개질 옷을 입자 거리 분위기가 밝아지고 코로나로 우울해진 사람들도 기뻐했다고 합니다. 즐겁게 산책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뜨개질을 했다는 할머니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난 그림책이 있었습니다.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길벗어린이)은 미국 작가인 맥 바넷이 글을 쓰고 캐나다 작가인 존 클라센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느 추운 날 애너벨은 오색 털실이 든 상자를 하나 줍습니다. 애너벨은 그 실로 스웨터를 떠 입고 남은 실로 강아지에게도 옷을 떠 줍니다.
스웨터 입은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 친구들은 놀려댔지만 애너벨은 친구들과 선생님의 옷을 짜주었습니다. 그 소식은 멀리 퍼져나갔고 먼 나라의 높은 귀족의 귀에까지 닿았습니다. 털실 상자가 탐난 귀족은 바다를 건너와 값을 주고 그 상자를 사려 했습니다. 그러나 애너벨이 이를 거절하자 귀족은 상자를 훔쳐 갑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귀족의 손에 들어간 털실 상자 속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화가 난 귀족은 빈 상자를 창밖으로 던져버립니다. 상자는 바다 위를 둥둥 떠 애너벨에게 되돌아오고 애너벨은 다시 모두에게 스웨터를 짜주며 행복해합니다.

그림책의 첫 장면은 수묵화처럼 모노톤으로 시작됩니다. 서로를 돌아보지 않는 황량한 사람들의 마음이 어두운 색깔의 마을로 표현되었지요.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을은 애너벨이 짜는 파스텔 톤 스웨터로 아름답게 채워집니다. 유채색의 스웨터 문양이 늘어날수록 글은 점점 줄어들고 환해진 마을의 나무 위에 애너벨과 강아지가 서로를 바라보며 ‘애너벨은 행복했답니다’라는 글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웃을 향한 순수한 마음에서 그 일을 시작한 애너벨은 온 마을을 변화시키고 행복과 기쁨을 누립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입은 스웨터가 하나의 털실로 연결되어 있는 표지그림은 사회의 구성원들은 각각의 개체가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그림책이 반가운 것은 나눔의 의미를 선명하게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을 만큼 순수하게 사랑을 나누는 애너벨에게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는 털실 상자가 생겼다는 것이나, 욕심 많은 귀족의 손에 그 상자가 들어가자 마술 같던 실 뭉치는 사라지고 만다는 이야기 그림책을 읽다보면 독자들의 마음에도 무엇이든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 같았습니다. 과거의 어른들은 ‘지는 게 이기는 거’고 ‘콩 반쪽도 나눠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요즘 어머니들은 자녀가 자기주장을 못하고 친구에게 너무 양보만 한다고 고민하곤 합니다. 내 아이가 남을 배려하고 나누기보다는 자기 것을 똑똑하게 챙기는 ‘야무진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인가 봅니다.

애너벨이 “제가 모두에게 스웨터를 한 벌씩 떠줄게요”라고 말할 때 선생님은 “말도 안 돼! 그렇게는 못 해!”라고 합니다. 아름답고 선한 가치를 어린이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어른이 ‘그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어리석은 짓’이라고 가르치는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솔로몬은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전도서 11장 1절)고 말합니다. 물은 끊임없이 흘러가는데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먼 훗날 그것이 내 자녀에게 혹은 우리 사회에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으로 돌아와 지금보다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면 도로 찾은 게 아닐까요?

맥 바넷 글 · 존 클라센 그림, 길벗어린이

김정준
일본 오차노미즈대학교에서 외국인 연구원으로 3년간 지내고 한국 기독교 유아교육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총신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전공 조교수, 한국 구성주의유아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유아교육학회 이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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