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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이는 시간을 지나
<특수목재 만날 수 있는 유림목재>
[251호] 2021년 02월 01일 (월) 김승범 @
   
   
   

김승범 기자가 직접 걸으며 오감으로 느낀 특별한 공간을 하나씩 소개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사색이 있는 공간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편집자 주>

어릴 적, 설날이면 아버지 따라 가회동 부잣집에 세배를 하러 가곤 했다. 어린 나에게 그 대저택은 진한 색의 나무로 된 실내와 묵직한 나무향이 매우 특별한 집이었다.
나무만큼 사람에게 친숙하고 자연 친화적인 것이 있을까. 나무는 촉감이나 만듦새, 쓰임새에 있어 늘 가까이 소유하고 접촉하고 싶은 물성이다. 저마다 독특한 결의 미려함과 경도의 다양성은 수많은 쓰임새로 나뉜다. 따뜻한 색감과 온화한 향기는 공간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좋은 나무도 필요하지만 최상의 쓰임새로 만들어주는 과정은 더욱 필요하다.

김포시 양촌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유림목재는 40여 년의 시간을 최상의 목재를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한 국내 최대 특수목재 생산 기업이다.
창업자인 소일선 회장의 목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열정은 국내의 척박했던 특수목재시장에서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공장과 창고만 있는 여느 업체와 다르다. 입구부터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원목으로 세워진 간판이 위용을 자랑한다. 목재소라기보다는 알프스 산장이 있는 리조트 입구의 느낌이다.
공장을 진입하기 전 자태가 훌륭한 소나무들은 도열 하듯 정원에 잘 정비되어 있다. 곳곳에 볼만한 나무 조형물들이 있어 눈이 즐겁다. 정원을 가꾼 마음이 유림목재의 정서를 보여준다. 목재문화원이라는 특별한 공간은 목재 실내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과 목재가 주는 문화적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관이다. 전체적으로 창업주의 문화예술적인 안목을 비근하게 볼 수 있는 꾸밈들이다.
숙성창고에 들어서면 엄청난 물량의 목재들이 수년에 걸쳐 숙성을 하고 있다. 나무마다의 숙성의 시간과 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최초 나무를 베고 수년 동안 자연 건조를 한다. 나무는 자랄 때 중력을 거슬러 위로 자랄 수 있게 하는 내부의 생장응력이 있다. 이 응력을 건조라는 숙성의 시간을 통해 힘을 빼는 것이다. 옛말로는 ̒숨을 죽인다̓고 했다. 응력이 약해져야 목재로서 변형 없이 좋은 목재가 되는 것이다. 한참 자라는 청년 같은 나무는 응력이 한층 강해 목재로서 변형의 확률이 더 크다. 그래서 좋은 목재는 오래된 나무일수록 좋다고 한다.
회사 자체 브랜드로 생활 소품들도 제작, 판매하는 전시장도 있다. 사전 예약을 하면 우드 코디에게 설명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잘 다듬어진 가구나 소품들을 보면 그저 좋다. 예전에는 원목 제품들을 보면서 비싼 가격 탓을 했지만 좋은 목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야외서 자연건조 하는 큰 원목을 보면 빛바랜 회색의 버려진 나무처럼 보인다. 하지만 건조가 잘되어 한 겹만 벗겨내면 나무 원색의 속살을 드러낸다. 그렇게 외장용으로, 실내용으로, 소품으로 저마다의 다른 물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무를 보면 사람을 보는 듯하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 나거나 만들어진 마음의 물성이 있다.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하기까지 저마다 시간이 다르다. 성장하지 못하고 제대로 쓰임새도 없이 살기도 한다.
내게도 돌이켜보면 내 안의 어떤 응력과 같은 것으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사는데 뒤틀림이 되었었고 갈라짐이 있었다. 하나님은 숙성의 시간을 내게 주셨고, 뒤틀리지 않게 교정의 환경도 주셨다. 그때는 힘들고 무기력하게 느낄 때가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은혜의 시간이었다.
나이 먹을수록 점점 사는 맛이 난다.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회색 빛 나무에서 쓸만한 목재로 변할 기대감에 숨죽이며 오늘을 살아낸다.

사진·글 =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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