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감수성이 절실한 시대를 살아간다. 이제 인간은, 짐승과 공중의 새와 들에 핀 꽃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오로지 독백, 자기 혼자 생각하고 자기 혼자 말하고 자기 홀로 행동한다.
모든 생명은 서로가 서로의 생명임을 느낄 때, 혼란 속에 살아가는 인류는 비로소 희망의 빛을 볼 것이다. 그 시작은 인간 종(種)을 넘어선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서 열릴 것이다.

인도양의 작은 섬 모리셔스에 살던 도도새(바보새)가 있었다. 이 새는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도 없는 환경에서 살았기에 굳이 날아오를 필요가 없어 날개도 퇴화하고, 빨리 뛰어다닐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다리도 짧아졌다. 그러던 중 포르투갈 선원들이 모리셔스 섬에 상륙하면서 모든 것이 바뀐다. 그때까지 도도새는 천적이 없었고 인간을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겁을 내지도 않았고 도망가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도도새는 그들의 식량이 되었고, 멸종하기에 이른다. 포르투갈 선원들은 이 새를 ‘바보’라고 불렀다. ‘도도(dodo)’라는 단어가 포르투갈어로 ‘바보’라는 뜻인데, 도망가지도 않고 자신들의 먹이가 되는 새가 바보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도새가 멸종된 후, 함께 멸종되어가는 나무가 있다. 카바리아 나무가 그것이다. 카바리아 나무의 씨앗은 도도새의 먹이가 되고, 그런 과정을 거친 씨앗만 나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1681년, 마지막 도도새가 식탁에 올려진 후, 아직까지 단 한 그루의 카바리아 나무도 싹을 내지 못했다. 지금도 남아있는 나무는 300년 전에 도도새에 의해 싹틔워졌던 나무인 것이다.

김민수
한남교회 담임목사. 작은 들꽃들과 소통을 하면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세상에 전하고 있는데, 비주얼 에세이집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보다>와 365 풀꽃묵상집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등을 펴낸 바 있다. 살림이 진행하는 ‘창조절 50 생태묵상’ 캠페인 묵상글과 사진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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