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뿌리>의 무대인 나라
서부 아프리카에 있는 ‘감비아’라는 나라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세네갈 영토 안에 쐐기 모양으로 위치해 있으며, 대부분이 회교도이다. 11세기 중반부터 이슬람, 말리제국, 포르투갈의 통치를 받았으며, 16세기 중반부터 지역적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통치를 받았다. 17세기에는 노예상인들의 근거지가 되어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그렇게 여러 나라로부터 통치를 받아온 그 나라에는 23개 종족이 있는데, 그 안에는 주류를 이루는 부족이 있고 소수여서 글이 자리를 잡지 못한 부족도 있다.
90%가 문맹인, 미전도종족 ‘졸라포니족’. 그 부족을 찾아 심미란 선교사와 영국인 브라이언 타나 선교사 부부가 돌배기 아들과 함께 의료선교사로 1992년 감비아 땅을 밟았다.

졸라포니어로 신약성경 번역
“글자가 없는 졸라포니족에게 쓰기, 읽기, 산수를 가르친 후 성경말씀까지 전하면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이전에 모두가 포기했던 일이지만 의료선교가 아닌 성경번역과 문맹퇴치사역이 그들 몫으로 다가왔다.”
쉽지 않았다. 건기와 우기의 견딜 수 없는 기후뿐 아니라 벌레의 습격, 부족 안에 팽배해있는 우상숭배, 간염과 천식과 같은 건강의 문제까지. 그러나 미루지 않고 금식기도를 하며 시작한 작업들. 영국 위클리프 부족언어연구소, 웨일즈대학원에서 방고언어학과를 수료하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 그리고 처음 감비아에 정착할 때부터 선교사 부부를 도왔던 시각장애인 카라파 성도와 함께 사람들을 설득해 모아 철자법부터 만들었다.
“감비아 문교부를 찾아가 보았더니 만딩고어, 윌로프어 등 다른 철자법 자료는 있지만 졸라포니어 철자법 자료는 전혀 연구된 것이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졸라포니어를 연구하고 철자법에 관한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졸라포니어 교실을 열어서 각 마을에서 추천한 청년과 부녀자들을 교육하고 교사로 세우고, 교사들은 각자의 마을로 돌아가 졸라포니어 수업뿐 아니라 마을 개발사업까지 하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성경 번역. 자신들의 언어로 성경을 배우고 읽도록 하기 위해서 소책자 성경 번역부터 시작했다.
“졸라포니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2002년 11월 누가복음 초본을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 성서공회 롭 쿱스 박사님 등 저명한 학자들에게 감수 받았습니다.”
10년이 지난 2012년 3월 3일 신약성경 봉헌예배를 드릴 때, 그리스도인들만 기뻐했던 것이 아니었다. 무슬림들도 졸라포니족에게는 한 부족으로의 정체성을 찾게 된 일이기에 함께 기뻐했다.

불교신자였던 그가
심 선교사가 이렇게 사력을 다하며 이들 곁에 있을 수 있던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병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던 중 만난 예수님 때문이었다. 영국에서 복음을 듣고 성경책을 한 권 선물 받아 사우디에 성경을 가지고 들어가게 되며 그는 다짐했다.
‘이 성경을 무사히 갖고 사우디에 들어갈 수 있으면 신앙생활을 해보겠다.’
무사통과였다. 사우디에서 신앙을 갖게 된 심 선교사는 이후 세계적인 선교단체 웩(WEC)의 훈련을 받아 신학대학에서 만난 브라이언 선교사와 결혼, 감비아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구약성경 번역도 끝마쳐
신약성경 번역이 끝나자마자 심 선교사는 2013년 졸라포니 구약성경 번역을 시작했다. 쿠데타가 일어나는 등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열심히 번역했다. ‘사력을 다했다고 봐도 됩니다’라고 말한다.
구약성경을 번역하면서 다른 사역도 계속하였다. 무슬림 마을에서 신약성경을 녹음해 라디오 방송을 하였으며,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법을 가르쳤다. 수확량이 2배, 땅이 살아나는 열매를 맺었다. 또한 졸라부족언어로 찬양CD도 만들었다. 성경말씀을 뽑아서 부족이 부르는 노래에 얹어 만들었다. 외우지 않아도 흥겹고, 그리스도인이 아닌데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부족의 찬송가가 만들어진 것이다.
“2013년부터 매해 크리스마스가 되면 쪽복음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성경읽기대회를 해요. 그 대회에 100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읽기’에 도전하는 것이지만 결국 성경을 읽는 것이지요.”
무슬림들의 마을 축제가 성경읽기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지난 2020년 구약성경 번역까지 마쳤다. 예상시간보다 3년을 앞당겨 7년간 심 선교사와 3명의 번역가가 함께 해낸 것이다. 일관성 있게 번역한 구약성경까지 포함하여 지난 11월 졸라 신구약 합본 조판 후 성서공회 검토 작업을 마치게 되었다. 감비아성서공회가 대한성서공회에 의뢰하여 5000권을 초판으로 출판할 예정.
“감비아에 다시 돌아가서는 예전 선교본부를 선교교육센터로 단장할 예정입니다. 그곳은 문서사역과 함께 아프리카 선교를 위한 양육이 이뤄질 겁니다. 감사한 것은 교육센터에 사용할 수많은 물품을 파송교회인 경북 점촌제일교회(계성인 목사)가 모아서 기증해주셨습니다. 전국에서 보내온 물품이 3주 만에 컨테이너에 가득 찼으니 기적이지요. 너무나 감사합니다.”
또한 심 선교사는 성경 이야기를 현지화한 드라마로 만들어서 비디오를 통해 문화선교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리는 성령의 역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손이 어떻게 움직이시는지를 집중해서 봐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따라가야 합니다.”
그들은 그 방향이 여전히 졸라포니 부족이라고 하면서 다시금 씩씩하게 그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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