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도 위험한 지역
타룽간 지역은 복음의 불모지여서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도했지만 누구도 선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방문하는 것 자체가 위험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삼은 이 나라에서 새로운 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다.
시찬 목사는 이곳을 첫 개척지로 정하고 지난 몇 개월 동안 기도하며 준비했다. 그곳에 친척이나 아는 사람이 있는지도 수소문해서 연락처들을 모았고,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수집했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혼란을 겪을 즈음 첫 방문을 감행했다.

경찰이 찾아왔다
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곳이라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동안 수집한 사람들의 이름을 들고 물어물어 집을 찾아갔다. 첫 번째 방문한 집에서 먼 친척의 소개로 왔다고 하자 낯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맞아 주었다. 그 집을 거점삼아 관심 있는 이들을 찾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었다.
그는 이 집을 소개해 준 친구의 근황을 알려주고 도시 생활에 대해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가정도 시찬목사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었다. 그런데 한창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던 중 젊은 경찰이 찾아와 그를 찾았다. 고립된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왔으니 그의 방문이 포착되고 신고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경찰은 경찰서로 가야 한다면서 얼른 나올 것을 종용했다. 생각보다 최악의 상황이 너무 빨리 와 버렸다. 최근 들어 사역자들이 많이 체포되고 감옥에 갇힌 이들이 많은 시기여서 조심하려고 했는데 활동을 하기도 전에 체포가 될 처지가 되어버렸다.

시찬 목사는 경찰을 따라 나서다가 잠깐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아내는 이 여행이 얼마나 위험한 모험인지를 아는지라 마음졸이며 기도하던 중이었다. 시찬 목사는 아내에게 지금 경찰서로 가는 길이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이제 가족에게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코앞에 닥쳤으니 감정도 복받쳤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내를 격려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모든 것을 이야기했더니
그는 경찰을 따라 경찰서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건장한 남자들 대여섯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시찬 목사를 주시하는 가운데 책상 앞에 앉았다. 경찰은 무슨 일로 왔느냐, 직업이 무엇이냐, 아는 사람들이 누구냐, 가지고 온 물건들은 무엇이냐 하며 여러 가지 질문을 이어갔다. 시찬 목사는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얘기했다. 그리고 이 마을을 위해 오랫동안 기도해 왔고 무엇이든 돕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시찬 목사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경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당위원회나 경찰이 주민들에게 공지사항을 대형 스피커로 알리는데 이 오디오 시스템과 스피커가 얼마 전에 고장이 나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새것으로 교체하려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며 거절했고, 워낙 가난한 지역이라 주민들의 힘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다. 방문객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만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혹시 이것을 도와줄 만한 사람을 찾아봐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체포되는 줄 알고 경찰서로 왔던 시찬 목사는 얼떨결에 자기가 할 수 있고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시찬 목사는 이 지역의 경찰과 지도자들의 오랜 고민거리를 해결한 고마운 손님으로 한순간에 변하게 됐다. 경찰들은 언제든 원하는 대로 이곳을 방문해서 사람들을 만나라고 권하기도 하고, 잘 곳이 없으면 경찰서에 와서 머무르라며 암묵적인 프리패스까지 약속했다.
그렇게 그는 새로운 마을을 개척하는 첫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느 때보다 위험했던 시기였지만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선교의 문이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는 그의 보고를 들으며 우리 모두는 주님께 감사했다.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이 지역은 이제 복음의 씨앗을 싹틔우는 밭이 될 것이기에….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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