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 중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신앙생활 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 아닐까요. 과연 ‘하나님만 보며’ 신앙생활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일까요? 아니,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만 바라보는 것이 전부일까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만 바라보는 것은 신앙의 전부가 아니라, 다만 ‘신앙고백’일 뿐입니다. 예수님을 믿음과 동시에 하나님만 바라보기로 결단하는 신앙고백인 것입니다.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착각해서 안 될 것은, 신앙고백과 신앙이 꼭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하나님과의 관계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다보면 세상과 사람들을 외면하며 ‘신앙생활’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런 결과는, 불신자들로부터 우리 기독교인들이 외면당하게 됩니다.

내용과 형식
물을 마시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물을 마실 도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구’만 있고 정작 ‘물’이 없으면 남들에게 물 먹는 척은 할 수 있어도 갈증은 해소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물만 있고 물을 마실 도구가 없으면 아마 물을 제대로 마실 수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내용과 형식은 모두 중요합니다. 아무리 직분을 가지고 교회를 잘 다니며 봉사를 많이 할지라도 그 안에 복음이 없으면, 겉으론 좋은 신앙이라 평가 받을지는 몰라도 영적인 갈증은 해소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복음을 알아도 그것을 자기 주위의 사람들에게 신앙의 모습으로 표현하지 못하면 그 복음은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신앙생활에 대해 “나는 누가 뭐래도 하나님만 만족시키면 돼!”라고 하는 것은, 일면 맞는 말이지만, 상당히 위험성이 있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동시에 이웃을 사랑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 대한 사랑이 보이는 이웃을 통해 드러날 때, 그것이 진정한 복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교회란 무엇인가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란 무엇인가?”라고 물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각 개인이 교회’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가시적 교회, 제도적 교회에 대한 부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 스스로가 교회이기 때문에 나와 하나님과 약속한 시간에 개인적으로 예배 드릴거야. 그럴듯한 건물을 소유한 교회는 다 타락한 교회야. 사람들이 정해놓은 교회의 제도는 불완전한 것이니까 난 따를 수 없어.’ 혹시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종교개혁자들은 가시적 교회, 제도적 교회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것은 가시적 교회가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연약하기 때문입니다. 악함과 약함을 가진 우리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것은 천국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교회 없이는 하나님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존재가 우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으로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눈에 보이는 인간이 되셔서 이 땅에 오셨고, 우리에게 사랑을 표현하시며,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눈에 보이는 교회를 통해, 또한 눈에 보이는 그 누군가를 통해, 교회로 인도함을 받고 주님을 만난 후 구원을 받았습니다.
거룩함과 공공성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교회를 바라보며, 가시적 교회, 제도적 교회에 대한 부정이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 홀로’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도는 자신이 다니는 눈에 보이는 교회 안에 머물 때에 가장 안전합니다. 교회 안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의 양식을 정기적으로 공급을 받으며 그 분과 친밀한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나의 교회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특별한 선물입니다. 바로 이 교회가, ‘여러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표현’입니다.

이건영
인천제2교회 담임목사. 한국교회갱신협의회 이사장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인천제2교회를 떠나지 않은 목회자로, 온 성도를 가족처럼, 지역사회 역시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는 건강하고 따뜻한 목회철학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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