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글로 쓰다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일을 아주 많이, 빨리 하는 사람이었지요. 영혼은 어딘가 멀리 두고 온 지 오래였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축의 <잃어버린 영혼> 첫 구절이다. 평범한 한 남자가 어느 날 통증과 함께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의사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것. 그날부터 그는 작은 집에서 천천히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는 꽤 오랫동안 그런 상태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코로나라는 몹쓸 병이 우리에게 닥치자 이제야 우리가 자신의 영혼을 기다려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지도. 어떻게 기다리는 것이 나을까. 아니, 어떻게 맞이하는 것이 나을까.
새해를 열며 특집 ‘글로 쓰다’를 마련했다. 한 해를 어떻게 써내려 갈 것인지, 많은 시간 속에서 ‘쓰기’를 통해 그동안 놓쳐왔던 것들을 발견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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