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고 목적지에 성큼 다가서는 방법

기록할 때 일어나는 일
골치 아픈 일을 만났을 때 최고의 처방은 기록하는 것이다. 그 일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내 감정,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적다 보면 일의 실마리가 풀어지게 마련이다. 대개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일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복잡한 일은 글로 정리된 방법이나 그 결심대로 실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문제 해결에 가까워 있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글쓰기가 문제 해결의 좋은 방법이 되는 이유는, 문제에 대해 글로 풀어놓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던 내 안에 감정의 응어리가 풀어지기도 하고, 한발 물러서서 새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자들은 ‘객관화 작용’이라고 말하는데 심리 치료뿐 아니라 문제 해결에 탁월한 효력을 발휘한다. 뭔가를 기록하는 행위는 단순히 정보를 기억하는 것만이 아니라 당장 하루가 달라지고, 정신과 육체의 치료까지 연결된다. 강력한 자기 개선 행위이다.

‘다시’ 일기 써보기
이런 효과를 고스란히 누릴 방법이 바로 일기 쓰기다. ‘다시’ 일기를 써보자. 일기 쓰기는 초등학교 시절에 개학 전날 한 달 분량을 몰아 썼던 일기, 사춘기 시절 온통 설익은 감정을 한바닥 쏟아내던 일기, 그런 종류의 일기 쓰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일기(日記)는 하루(日)에 쓰는 모든 종류의 기록(記)을 말한다.

√ 목적일기
박지성 전 축구선수는 어린 시절 축구를 시작하면서 매일 일기를 썼다. 중1 때의 일기장엔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당일의 훈련을 철저히 분석하고 내일의 훈련에 적용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처럼 자신의 비전과 목표를 위해 훈련일지 성격의 일기를 쓸 수 있다. 매일 꿈을 위해 노력한 내용을 기록하고 분석하여 내일의 더 나은 진전에 힌트를 준다면 일기 쓰기가 내 삶에 얼마나 좋은 조력자가 될까.

√ 팩트 일기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꼭 많은 분량을 써야 좋은 일기가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보통 3~4줄 정도로 하루 일을 사실대로 요약했고,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맑음’이라고 날씨만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간단하게 써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잠시라도 하루를 돌아보며 피드백을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가치 없어 보이는 간단한 문장도 후에 큰 기억의 덩어리를 끌어 올리는 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쓴 ‘한 줄 일기’가 위기를 극복하는 아이디어가 될 지, 큰 손해를 방지하는 증거 기록이 될 지 누가 알겠는가.

√ 감사일기
감사일기 형태로 써도 좋다. 하루를 떠오르는 대로 감사로 연결해 정리한다. 감사일기를 쓸 때는 구체적인 대상을 향해 완전한 문장 형식을 갖춰서 써야 효과가 높다. 보통 ‘~ 덕분에 ~에게 감사하다. ~그런데도 ~해서 감사하다. ~문제가 ~이렇게 해결돼 감사하다’는 것과 같은 문장 형식을 취하면 된다. 감사하기 힘든 일도 감사로 연결하면 좋지만 그렇다고 억지 감사를 일삼는 것은 곤란하다. 감사일기 쓰기는 강력한 힘이 있다. 감사가 감사를 불러온다. 또 감사를 나누면 배가 된다.

√ 5분 일기
때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5분 동안 떠오르는 대로 마구 써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생각을 하는 대로 손이 따라가는 대로 글을 써보면 짧은 시간 동안 꽤 많은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의 두려움을 없애는 좋은 훈련이기도 하다.

√ 묵상 일기
일기 쓰기의 최대 정점은 묵상 일기 쓰기다. 묵상의 의미는 ‘사물 혹은 사건과 나 사이에 바른 내 생각의 공간을 갖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묵상한 것을 글로 써서 바른 생각의 공간을 정리하고 삶에 적용한다면 어떤 것보다 더 강력한 자기계발 방법이 될 수 있다. 쏟아낸 글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글에 담긴 마음의 생채기를 보며 위로받고 치료받을 수 있다. 묵상 일기를 어떻게 쓸지 고민이라면 일단 세 개의 동그라미를 그리자. 그런 각 동그라미 안에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채워 넣어 보자.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What),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Why), 그럼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How to). 질문에 대한 답을 쓰다 보면 마법처럼 문제 해결의 답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일기 쓰기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 상황에 맞게 마음 가는 대로 쓰면 족하다. 그런데 한 가지 덧붙이자면, 어떤 방식으로 일기를 쓰든 ‘결론’을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개선을 위한 결심을 담았으면 좋겠다. 암울한 결론이 반복되면 일기 쓰기는 자칫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내게 주는 격언을 남긴다는 마음으로 결론을 적으면 어떨까. 간혹 위인의 짧은 명언 한 줄이 강력한 웅변이 되듯 내가 내 삶의 밑바닥에서 힘을 다해 건져 올린 한 줄 명언도 어떤 문장 못지않게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다. 그 글 한 줄로 힘을 얻어 슬럼프를 벗어나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글로 풀어놓다 보면 향기 좋은 차를 대하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찻잔을 잡은 손에 전해오는 따스함처럼 삶의 우선순위와 질서가 잡힌다. 혼란스러웠던 머리가 글의 향기로 맑아진다. 마음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순간, 마음의 무질서는 머리를 지나 손끝을 통해 치유의 과정을 밟는다. 결국, 내면을 향한 기록의 지향점은 외면이고 외면을 향한 기록의 도착점은 자신의 내면이다. 오늘 나의 기록은 나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변화된 나로 말미암아 나를 둘러싼 외부를 변화시킬 씨앗이 된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문제마다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이찬영
기록과미래연구소 대표. 스케투(scheto) 다이어리와 학생용 학습플래너 꿈스(ggooms)를 개발하였으며, 에버노트(Evernote) 공인컨설턴트(ECC)로 효과적인 기록관리와 시간관리를 통한 자기계발 관련 저술 및 강의를 하고 있다. <어른의 홀로서기>, <플래너라면 스케투처럼>, <기록형 인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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