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아주, 그 인간을 확!”
TV 토크쇼만 보면 세상의 모든 배우자들은 이미 이혼을 했어야 했다. 저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사나 싶다가도, 죽지 못해 산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헛갈린다. 그들은 여전히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푸념을 딱풀 삼아 떨어진 정을 간신히 붙이고 산다지만 막상 TV를 끄고 나면 주변에는 보란 듯이 사는 부부들은 꼭 있다. 나이가 들어도 꿀이 떨어지는 부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참으로 궁금하다.

부부 상담을 하다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부부의 통증을 만나기도 하지만, 더 나은 부부가 되고자 인생진로상담을 오는 분들도 간혹 있다. 이들은 더 간절히 삶을 만들고자 하고 나이 들수록 서로를 더 극진히 만나고자 한다. 나는 50세 넘은 결혼생활 20년 이상의 ‘꿀부부들’ 42쌍을 인터뷰하며 재미난 특징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들은 다툼이 많은 부부들과 크게 두 가지 면이 달랐다. 이것을 ‘꿀부부가 하지 않는 여섯 가지’와 ‘꿀부부가 하는 여섯 가지’로 소개한다.

먼저, 꿀부부가 ‘하지 않는’ 여섯 가지이다.

첫째, 이들은 자주 싸우지 않는다.  문제가 없어 안 싸우는 것이 아니라 커질만한 갈등을 식혀 큰 싸움이 되지 않도록 했고, 이는 아내와 남편 둘 다 비슷했다.

둘째,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으며, 싫어하는 부분중 60%는 지나가고, 40%는 말했다.

셋째, 서로를 비난하지 않았다. 특히 가족 내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 찾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상대방이 실수를 하거나 문제에 빠졌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희생하거나 불편을 감수해주었다.

넷째, 말꼬리를 잡거나 과거의 실수를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행복한 부부들 역시 외도, 부도, 상대타도 등의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사과를 기꺼이 주고 받고 사건이 반복되지 않았으며, 울컥 올라오더라도 과거의 실책은 입 밖으로 거의 꺼내지 않았다.

다섯째, 부정적 감정을 다툼의 순간에 모두 다 쏟지 않는다. 이는 감정절제라 할 텐데, 감정이 좋아서이거나 성격이 대단히 좋아서라기보다는 이후에 발생할 관계 훼손으로 치러야 할 결과를 크게 고려했다.

여섯째, 농담으로라도 ‘이혼’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들 부부의 금기를 살펴보면 앞으로도 같이 살아가야 할 사람에 대한 ‘배려’이자 동시에 자신의 미래 안정성을 위한 ‘절제’라고 할 만하다. 이들이 서로 대단히 사랑하고 배려하고 이타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들은 그야말로 적절히 이타적이고 적당히 이기적이라 할 것이다. 건강한 부부 관계에서 100% 헌신은 없다.

반면 이들이 적극적으로 ‘하는’ 여섯 가지가 있었다.

첫째, 애칭이었다. 결혼서약 시 들었던 주민등록상의 이름 이외에 나름의 애칭을 가지고 있었다. 귀염둥이, 깜찍이 등 평범한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워하지만 남들은 보지 않는 그들만의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기꺼이 살아가고 있었다.

둘째, 보다 많은 스킨십이다. 특히 결혼 20년이 넘어가면서 몸의 대화가 없어도 행복해하는 부부들이 상당히 많았다. 피부 대신 다른 것으로 만진다! 눈을 보며, 칭찬과 말로 상대방을 쓰다듬고, 소파에서 TV를 볼 때에도 다리 한쪽을 배우자에게 올리고 보거나 상대의 무릎을 주무르고 발을 만지며 시청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셋째, 서로의 친구들 이름을 거의 알고 그들의 근황을 공유한다. 함께 주기적으로 만나는 부부들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만나는 부부들의 특성도 유사했다.
넷째, 부부 중 한쪽의 말이 많았다. 수다와 유머를 구사하며 배우자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장난을 쳤으며, 상대 배우자 역시 그 넘치는 수다와 살짝 과한 유머를 거부하지 않았다.

다섯째, 가사분담을 하고 기꺼이 서로 도왔다. 50대 이상 부부들의 가사분담이 5:5는 아니었으나, 가정 내 가사에 대한 대략의 분담이 되어있었고, 상대방의 요청에 기꺼이 상대 배우자의 가사 부분을 도왔다.

여섯째,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사랑해’가 아니라, ‘괜찮아’였다.

물론 행복한 부부들의 배우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불행이 덮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불행을 결코 심화시키는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쁨과 고마움을 고백하고 서로에게 ‘괜찮은’ 사람들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롤프 도벨리의 말은 부부 행복의 기본 전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좋은 삶은 뭔가 대단한 것을 추구하기 이전에 잘못된 것, 어리석은 것, 멍청한 것들을 피할 때 이루어진다!”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을 때 삶은 풍성해진다. 부부행복의 공식은 늘 사칙연산이다. 더해야 할 것과 빼야 할 것, 그리고 때로는 곱해지거나 나누어지는 것을 통해 세월의 셈을 한다. ‘그 사랑’을 사로잡고 싶고, 기쁨의 고백을 나누고 싶다면, 여섯 가지(육)를 하기를(해), 그리고 이를 배우자와 공유하기를(공)!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장이자 한국노인상담센터장. 상담전문가이자 부모교육전문가로 활동중이며 나이들어가며 필요한 것들과 어른의 역할에 대한 글을 주로 쓴다. <나이들수록 머리가 좋아지는 법> <가족습관> 등을 썼으며 <이호선의 나이들수록>을 글로 쓰고 영상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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