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장 한편에는 아끼는 그림책 몇 권이 아직 꽂혀 있어요. 그만 치울까 해도 꼭 어릴 적 친구 같아서 버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성인이 된 한 여성이 말한다. 지금 다시 들춰 봐도 기분 좋은 그림책들이라 그냥 계속 간직하려 한다고.
어린 시절 그림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단순한 경험이 아니다. 엄마나 아빠, 어른들의 따뜻한 품에서 나긋하고도 때로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내가 가보지 못한 곳과 사람들을 그림과 이야기로 만나는 것. 시각 촉각 청각 등 오감이 동원되며 세상을 만나는 놀라운 경험이다. 현은자 교수(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는 이렇게 말한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창입니다. 다양한 세상이 책에 담겨있지요. 현실세계와는 다른 시공간 속에서, 다른 속도의 서사가 흘러갑니다. 그냥 영상매체를 보는 것과는 달라요. 아이들은 그 속에 찬찬히 관찰하면서 상상하고 자라납니다.”

그럼 그림책은 모두 좋은 그림책일까? 아이들이 읽기에 모두 적합할까? 그렇지 않다. 예전에는 그림책이 주로 아이들만 읽는 책이었다면 지금은 성인들도 많이 읽어 독자층이 다양해졌고 작가들 역시 어린이 문학 뿐 아니라 예술가, 철학가 등 다양한 배경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어떤 그림책이 칼데콧 상과 같은 유명상을 받았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유익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허무주의와 성공주의, 세속주의 등 주의해야 할 세계관과 내용들이 들어있기도 하다. 그러니 작가들의 세계관을 면밀히 살펴보고 분별력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그래서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 그림책 분과 어린이교육 전문가들은 수년간 함께 모여 어린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그림책을 연구했다. 아름다운 글 언어와 그림 언어, 유익하고 가치 있는 내용과 의미, 훌륭한 일러스트와 디자인인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창으로서 충분한 그림책인지를 연구하여 지난해 <어린이 교육 전문가가 엄선한 100권의 그림책>(CUP)을 내놓았다. 6명의 전문가들이 그림책 저자 및 배경, 내용에 대한 자세한 해석을 실었으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도 제시했다.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책일까요. 많은 분들에게 이 말을 들려줍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감독이 <책으로 가는 문>에서 밝힌 것처럼 어린이 문학이란 어린이에게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응원 보내는 것에 가깝다고요. 아이들에게 ‘환대의 정신’으로 다가가는 책이 좋은 책이며, 그렇게 어려서부터 환대받은 아이들은 세상을 다르게 대하게 됩니다.”

그림책이 넘쳐나는 시대,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과 가정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시대, 건강한 먹거리를 고르듯 좋은 그림책을 골라 아이들에게 ‘세상의 창’을 활짝 열어주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