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 되어, 참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장애가 생길까 겁이 났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마스크를 쓴 채 사람을 만나니 다음에 그 사람을 또 보더라도 알아보기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이 전혀 자기 잘못이 아니지만 생명과 건강, 경제활동 등 생존의 위기 앞에 놓였다. 아! 함께 웃고 울어주던 관혼상제의 모습도 흐트러졌다. 이제 다시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한다.

비대면 예배로 얻은 새로운 소득
처음에는 ‘이런 일도 있네’ 하고 멍하니 끌려가다가, 정신을 차려 집에 있는 책과 물건들을 읽고 간추려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들 했다고 한다. 사무실에 일이 적어져서 몇 달 무급휴가를 냈지만, 막상 여행을 다니거나 사람 만나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같이 사는 손자의 공부와 일상을 챙기면서 친구를 못 만나고 게임에 빠져드는 애 모습을 참고 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혹시라도 내 표정이 굳어지면 손자는 “할아버지, 웃어요” 또는 “부드럽게 얘기해요” 하며 날 깨우친다.
넷플릭스에 가입하여 세계 각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세상구경을 하는 재미도 쏠쏠해졌다. 또한 비대면 예배를 드릴 때, 손자들까지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예배를 인도하고 그날 말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데, 손자가 “비대면 가정예배도 좋은 면이 있네요~” 한다.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예배를 그들에게 맞추려고 신경 썼다.
추석 때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사돈네와 함께 넓은 TV화면 속에서 만나 온라인 예배를 드렸는데, 처음으로 그렇게 예배를 드리니 그 안에 감동이 있었다.
물론 그런 시간이 계속되면서 주위에서 “답답하다”, “우울증 걸릴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속회(구역)예배도 쉬지 말고 비대면 온라인으로 드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아무리 강제해도 되지 않던 일들의 변화
세계 각국이 모여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수십 년간 협의해도 이해관계가 엇갈려 진전되지 않던 일이, 아무도 강제하지 않았는데 짧은 기간 안에 그냥 이루어졌다고 한다.
먼저 환경을 가장 훼손시켜 왔던 비행기가 미국 하늘에만 항시 6000여 대가 떠 있던 것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자동차 운행과 공장 가동이 멈추거나 줄어듦으로써, 예전에 일상적으로 보던 맑은 하늘, 다시는 못 볼 것 같던 그 푸른 하늘이 얼마간 눈앞에 펼쳐졌다.
또한 쉴 새 없이 모이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낭비하며 고삐 풀린 망아지같이 방탕하던 현대문명이 철퇴를 맞았다. 탐욕과 소비과잉으로 점차 피폐해져 가던, 그렇지만 나와 상관없다고 거들떠보지 않던 지구위기의 단면이 갑자기 모든 사람들 앞에 잠시 스쳐 지나갔다.
‘팬데믹’의 힘은 참 강력하다! 물론 모두가 힘든 시간이지만, 하나님께서 이것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는 길로 전환하는 시점이 아닐까 희망을 가져본다.

세계 역사의 지형이 바뀌었다
선진국이라 치부하던 나라들이 질병을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나라가 더 좋은 나라인지에 대한 근본의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 지금껏 부와 힘과 자유의 관점에서 세계역사를 보아왔던 것이 얼마나 편향된 시각이었는지 발견하게 된다. 질병 하나로 세계 역사의 판도가 바꿔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어떤 이야기 - 지금 우리는 이 상황 속에 있다
‘코로나 터널’을 지나며, 요한복음 4장을 묵상하다가, 이런 우화가 생각났다.
“하나님이 한숨을 내쉬셨다. 큰 걱정거리가 생기셨다. 하늘나라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가 너무 적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다니고 신앙생활을 한다는데, 천국 문 앞에까지 왔는데 천국 문이 열리지를 않는다. 이유인 즉, ‘예수’ 표시는 없고 ‘자기’만 있어서였다. 하나님이 뭘 원하는지는 안중에도 없이 자기 뜻대로 살다온 게 드러났다.
안 되겠다 싶어서, 바벨탑을 흩어버리시듯 세상을 흔들어 놓을 방책을 강구하셨다.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는 인간들에게 깨닫게 하고 싶으셨다.”
지금 우리가 이 상황 속에 있는 게 아닌가?

김정삼
법조인으로서 이웃의 아픔에 눈을 두는 그리스도인. 교회와 사회와 국가의 바름과 옳음을 생각하며, 윤리 환경 봉사 관련 NGO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법무법인 치악 고문.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