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윤리적 패딩 입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 사소한 일상에도 윤리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가령, 아동 착취 커피 농장의 원두로 만든 다국적 기업의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거나 대기업이 중간유통 과정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불공정한 초콜릿을 먹지 않는다거나 가방에 텀블러를 넣고 다니며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일은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 행하는 윤리적 실천이다. 이는 ‘공정’이라는 키워드로 설명 가능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이다.

윤리적 겨울옷 소재
겨울에 실천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에는 무엇이 있을까? 겨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의상인 패딩을 바꿔보는 일이 있겠다. 왜 동물털이 들어가지 않은 대체 소재를 선택해야 하는 게 윤리적 소비일까? 그 이유는 동물털을 얻는 과정이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양이나 염소의 털을 칭하는 울(wool)은 뮬싱(mules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든다. 양모산업을 위해 개량된 종인 메리노 양은 주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 양은 주름 사이사이에 습기가 생기거나 오줌이 묻으면 파리가 알을 낳아 구덩이가 생기기에 그것을 방지하는 게 뮬싱이다. 뮬싱은 어린 양들을 철제 의자에 고정시켜 엉덩이 주변 가죽과 꼬리를 가위로 자르는 과정이다. 이때 거세도 동시에 진행한다. 이 모든 과정이 마취 없이 진행되어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고 잘려 나간 피부에는 염증이 생기거나 구더기가 생겨 양의 살을 또다시 파먹기도 한다. 우리가 따뜻하다고 입는 부드러운 양모 제품들이 이 같은 동물의 고통을 통해 생산되고 있었던 것. 거위나 오리 털 역시 산 채로 마취없이 털을 뽑는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을 해서 털을 채취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동물의 고통을 유발하는 털 제품을 지양하고, 대체 소재의 옷을 고른다고 할 때, 그 소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웰론_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소재로 구스, 덕다운과 보온성이 비슷하다. 털 빠짐이 없고 저렴하며 물세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신슐레이트_미국 회사인 3M에서 만든 소재로 우주복의 보온 소재로 사용될 만큼 보온성을 유지하고 복원력이 우수하다. 오리털 소재보다 더 따뜻하며, 가볍고 얇은 것이 특징. 뭉침과 털 빠짐이 없고 역시 물세탁이 가능하다.

◆ 프리마로프트_미군들의 자켓과 침낭에 사용하는 소재. 프리마로프트는 오리털과 달리 습기에 강하며 보온성이 좋고 가볍다. 초극세 섬유로 만들어져서 약간의 방수기능과 땀을 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 페이크 퍼(faux fur)/에코퍼_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한 인공 모피 소재로 자켓이나 집업 등 다양한 옷에 사용되는 소재다.

◆ 플리스_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한 소재. 부드러우며 보온성이 높다. 약간의 방수가 되며 물에 젖었을 때도 단열성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 재활용 소재_바다에 버려지는 페트병이나 자투리 면을 재가공하여 만든 옷. 옷 한 벌당 10개에서 최대 70개의 페트병이 재활용된다고 한다. 재가공 작업 후 후드티, 자켓, 집업 등 다양한 옷으로 만들어진다.

함께 고통 없는 겨울나기
하지만 대안의 세계에 절대적인 것은 없는 게, 신소재 겨울옷은 플라스틱 소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물털과 플라스틱 사이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또 다른 선택으로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충전재를 사용한 패딩 제품을 선택하는 또 다른 윤리적 소비도 생각해볼 수 있다. RDS란 오리와 거위의 사육 및 도축, 가공, 봉제 등 다운(Down·새의 솜털) 제품을 생산하는 전 과정에 동물 복지 시스템을 준수했음을 인증하는 제도로, 대체 소재 외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겨울, 다른 생명체의 고통에 유념하며,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소비로, 모든 생명체가 함께 공존하는 따뜻한 겨울을 지내보면 어떨까.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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