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과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 함께 꾸미는 공간입니다. 자연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찰나’를 사진으로, 글로 묵상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갑니다.

종자로 남겨둔 것은 거둔 것 중에서 가장 실한 것이다.
겨울을 보내면서 부실한 것들은 다 떨어져 나간다.
꽃눈처리과정을 통해서 추위와 목마름을 이겨내고
온전히 겨울을 난 것만이 흙을 만난다.
그들이 싹을 틔우고
이내 한 알의 씨앗이 열매를 맺는 것이다.

희망도 그렇다.
아직도 남아있는 희망의 씨앗을
마음의 대지에 심어 싹을 틔워
이내 하나의 희망이 수백 수천의 희망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희망을 남겨둔 신의 뜻이다

겨울을 견딘 씨앗만이 비로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겨울을 견디려면 제 몸에 수분을 최소한만 남겨 두어야 한다.
씨앗 속에 수분이 많으면 얼어터지기 때문에,
오롯이 타는 목마름을 견뎌야 하고, 영하의 추위를 견뎌야 한다.

‘씨도리’라는 것이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배추나 무 뿌리만 남기고 밑동을 잘라낸다.
봄이 오면 배추나 무가 꽃을 피우는데 장다리꽃이라고 한다.
장다리꽃에서 씨앗이 맺히면,
그것을 뿌려 배추와 무를 얻는다.

이렇게 노지에서 겨울을 나지 않은 씨앗들은 ‘꽃눈처리’를 한다.
씨앗을 영하 15도 이하에서 보름 정도 처리를 하면,
노지에서 겨울을 난 씨앗처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작은 씨앗들도 새 생명을 피워내기 위한 통과제의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이 통과제의의 시간을 위해
치장하지 않고, 최대한 단순하게 고난의 시간에 집중한다.
고난의 시간을 견딘 것들만이 생명을 품은 좋은 씨앗이 됨을 그들은 안다.

우리에게도 마음씨를 가꾸기 위한 통과제의의 시간이 있는가?

김민수
한남교회 담임목사. 작은 들꽃들과 소통을 하면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세상에 전하고 있는데, 비주얼 에세이집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보다>와 365 풀꽃묵상집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등을 펴낸 바 있다. 살림이 진행하는 ‘창조절 50 생태묵상’ 캠페인 묵상글과 사진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