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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아, 사랑해, 재경아, 사랑해”
[250호] 2021년 01월 01일 (금) 박보영 @
   

재경 씨를 만나러 가서
굴다리를 지나 재경 씨 집으로 들어서는 좁은 길에 큰 나무 하나가 숲처럼 서 있습니다. 새들이 서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그 소리가 반짝 반짝거립니다.
뇌성마비로 평생을 누워서 지내는 재경 씨도 나무처럼 늘 한 자리입니다. 단칸방이라기엔 너무도 작은 쪽방에서 엄마랑 단 둘이 삽니다. 하지만 얼마나 밝고 맑고 명랑한지. 재경 씨는 노래 부르기를 너무 좋아합니다.
하지만 재경 씨는 노래보다 “아야, 아야” 소리를 더 많이 냅니다. 찾아오는 활동지원사의 주된 일이 팔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프다고 하면 다른 일 하다가도 돌아서서 주물러줘야 하는 건 고된 일이지요. 그래서 그 자리를 지나간 활동지원사가 많습니다.

‘언제까지나 널 사랑해’
지난 날 그를 위한 작은 공연을 할 때, 활동지원사께서 재경 씨 듣는 데서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그날 재경 씨가 많이 울었습니다. 아마도 마음이 더 아파서일 것입니다. 이번에도 또 다른 활동지원사께서 와계시더군요. 그분은 손과 팔이 또 얼마나 아프실까요. 아마도 댁에 가서는 자녀에게 좀 주물러다오 하지 않을까요.
그날 노래를 들려드릴 땐 아프다는 호소를 하지 않아서 정말 맑은 가을 하늘 같은 재경 씨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날도 제가 먼저 노래를 불렀지만 재경 씨가 제 노래를 가로채 저를 반주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세상의 꽃들은 저마다 꽃말이 있어요, 그 중에 커피꽃 꽃말은 ‘그 아픔까지도 사랑해’라고 하네요. 이렇듯 세상 꽃말들을 모두 모으고 모아서 하나의 꽃말로 정의하라면 아마도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일거예요! 사실은 하나님께서 꽃을 통해 우리들에게 프러포즈를 하시는 거예요.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노래를 같이 불렀습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함께한 목사님과 사모님도, 부엌에서 서 계신 활동지원사께서도, 이 노래 하나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노래하던 중 사모님은 재경 씨 얼굴을 내내 부비고 진심이 담긴 고백으로 “재경아, 사랑해, 재경아, 사랑해” 하셨습니다. 노래 중에도 그 소리는 마음속에 마치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려서 마음이 찡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약속
재경 씨와 약속한 다섯 번 노래해주기가 끝났습니다. 아기 같은 재경 씨의 눈동자는 마법처럼 당기는 무엇이 있습니다.
“재경 씨,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혹시 못 오시면 저라도 와서 또 노래할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크리스마스 날 찾아갈 땐 무슨 선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길을 달렸습니다. 그러다 ‘아! 이러면 좋겠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쑥스럽기도 하고 용기도 필요한 일. 페이스북에 얘기를 좀 나누고 페이스북 친구 중 한 분만 재경 씨에게 선물을 해 달라고 부탁해보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페이스북에 사연을 올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에 늘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감동하여 대번에 전화를 주셨다는 겁니다. 생애 첫 연금을 받으셨는데, 전부를 제 통장으로 보내셨다는 겁니다. 그러시고는 당신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 달라는 겁니다.
그분의 고백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분의 삶을 모르지 않기에 말입니다. 당신의 옥합을 깨뜨리신 겁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소금이고 빛인 우리들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
아마 천사가 옆에서 노래를 불러주었다면 이 노랫말일 겁니다. 너희는 소금이라.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소금이란 이런 맛일 거야 싶었습니다.
또 거제도에서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시피 하시는 한 선생님께서 선물과 영상편지를 정성들여 제작하여 보내주셨습니다. 어디선가 당신을 응원하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이 있음을 있지 마시라며.
이 글을 쓰는 날은 12월 22일입니다. 3일 후에 재경 씨를 만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위로는 위로부터 오는 것이니 사람의 지혜가 아닌 하나님의 손길이 재경 씨를 어루만져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주님의 사랑에 우리들이 사용되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어느 혁명가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삶의 고통으로 흐느껴 우는 자 있다면 그것은 내 탓이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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