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숫자를 이해한다는 것

올해 초, 건강상의 문제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신장을 기준으로 무려 13kg을 감량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눈앞이 깜깜했다. 13kg라니.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 무엇보다도 나를 위해 감량하기로 했다.
먼저 음식 조절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처음 한 주 동안은 먹고 싶은 것도 많고 몸도 피곤해 포기할까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살을 뺀 모습을 상상하며 이를 악물고 계속했다. 한 달 지나니 3kg이 빠졌고, 아이들이 아빠 배에 동생이 있는 거 같다며 놀리던 배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나면서 4kg이 더 빠지자 바지를 편히 입게 되었다. 석 달째에 접어들어 하루에 걸었던 거리에 두 배를 걸었다. 틈만 나면 걸었다. 무조건 걸었다. 무더운 여름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10kg을 감량했다. 더불어 지나칠 정도로 높았던 혈압도 정상이 되었다.
주변에서 이제 다이어트를 그만 해도 될 거 같다고 했지만 어느덧 줄어드는 몸무게 수치(숫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수치가 줄어들 때마다 순간적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후 더욱 강도 높은 음식 조절과 운동을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저울 위에 올라가 몸무게를 측정하고 다이어리에 수치를 적었다. 어제보다 10g이라도 늘었다 싶으면 우울해졌고, 그럼 쉼 없이 걸었다. 그리고 몸무게를 다시 측정한 후 10g이라도 줄어들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렇게 한 달을 보내니 4kg이 줄었다. 그렇게 체중계 숫자를 보며 기뻐 웃었지만 그건 잠깐. 어느덧 먹는 것이 두려워지고, 비가 오거나 늦잠을 자 운동을 하지 못하면 불안해졌다.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비난을 했다.
그런데 살을 빼고 난 후 근육량이 줄어들자 몸에 힘이 빠지고 쉽게 피곤해지고 짜증을 내며 날카로워졌다. 얼마 전만 해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맛있게 저녁을 먹으며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웃음꽃을 피웠는데, 지금은 식탁 구석에 앉아 아내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홀로 소량의 시리얼과 삶은 달걀 1개를 쓸쓸히 먹는다.

저울에 매달려 살았던 것이다. 저울 위에 올라가 내 눈에 보이는 몸무게 수치를 보며 불안함을 잠시 잊었지만 전에 누렸던 기쁨은 없었다. 살을 빼고자 한 것은 건강하게 되어 가족, 주변 사람들과 소소한 기쁨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자 한 것이었는데.
다시금 질문을 해 본다. 다이어트를 왜 했지? 몸무게 10g에 왜 그토록 슬퍼했지? 나의 다이어트로 인해 왜 가족들이 도리어 힘들어해야 하지? 아마도 몸무게 수치에 아내와 아이들, 나,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내려 했던 처음의 순수한 목적이 떠밀려간 듯하다.

우리는 지금 어떤 숫자에 매달려 살고 있는가. 그 숫자로 인해 진짜 붙잡아야 할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숫자의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자기 삶의 닻을 단단히 내리고 있어야 한다. 숫자에 갇혀 숫자 너머에 있는 자신과 주변 사람 그리고 소소한 행복을 잊고 살아서는 안 된다. 사람과 소소한 행복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할 때 그 숫자에 깊은 의미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

송진명
듣는마음교회 목사이며,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목회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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