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한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고 고통을 줄이는 비거니즘
최근 SNS에 영향력이 많은 이들인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표명하는 비건(vegan). 해외에서는 배우 나탈리 포트만이나 가수 아델,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채식 중심 식단을 통해 달라진 자신의 체형을 SNS에 올리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배우 임수정, 작가 이슬아, 가수 요조 등이 자신의 비건 지향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채식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데, 비건? 아무리 유명인들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라 해도, 여전히 낯설고 아리송한 단어다. 얼마 전까지는 베지테리언(vegetarian) 혹은 채식주의자라고 불렀던 삶의 방식이 이제는 ‘비건’이란 단어로 대체된 것일까? 그렇다면 ‘비건 지향’이란 또 뭘까.

비거니즘이란
비건이 사는 삶의 방식을 ‘비거니즘(veganism)’이라 부른다. 비거니즘은 단순히 채식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방식으로 일어나는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좀 더 큰 개념의 철학이다. 그래서 비건은 식습관을 바꿀 뿐 아니라,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화장품, 가죽제품과 오리털 의류를 구매하지 않는다. 즉 동물을 착취해서 만든 모든 것들의 소비를 지양하는 사람을 ‘비건’이라 부르는 것이다.
비거니즘을 쉽고 자세히 알고 싶다면, 작가 ‘보선’이 그리고 쓴 만화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펼쳐보아도 좋겠다. ‘어느 비건의 채식&동물권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만화는 ‘비거니즘’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 뿐 아니라, 본인이 비건으로 살게 된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내 ‘채식주의’에 대한 편견도 자연스레 허문다.
일단 작가가 정의하는 비거니즘은 이렇다.
“종 차별을 넘어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모든 동물의 착취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
하지만 작가가 강조하기를, 비거니즘은 동물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거니즘의 핵심은 “나를 포함한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고 고통을 줄이는 데”에 있기에, 동물권에서 보다 확장되는 가치관이라는 것.
풀어 말하면, 인간과 동물 그리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자 하는 실천이 비거니즘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 전반을 재구성해 생명을 존중하라는 거대한 철학인 비거니즘, 이는 마치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실천 같다. 그래서 ‘비건 지향’이란 표현이 나온다. 거창한 비거니즘을 완벽하게 실천하기에는 제약이 많으므로 조금이라도 그 지향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
‘비건 지향’이란, 달걀이나 우유 같은 유제품까지 먹지 않기는 어렵지만 고기를 지양하고 가능하면 모피 제품을 입지 않으려고 애쓰는 삶 정도도 괜찮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불완전한 실천이라도 괜찮으니 작은 노력이라도 함께 동참해 보자는 손 내밈 같은 의미.

비건 지향의 소소한 실천
“비거니즘은 삶을 가두는 틀이 아니라 나의 세계를 보다 평화적으로 넓히는 삶의 방향”이라고 강조하는 이 만화를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며 꼭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더라도 그 삶의 방향에 동의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비건 지향’의 작은 노력으로 제안하는 실천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 일주일에 하루 ‘비건’ 되기
-. 가죽제품 사지 않기
-. 육식 사진 SNS에 올리지 않기
-. 동물원에 가지 않기


자신의 몸이,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나은 곳이 되기를 열망하는 이들이 실천하는 비거니즘. 그 모든 철학에 동의해 모든 실천을 따르지 않더라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작은 실천을 한 번 따라해 보면 어떨까. 당신이 평화적으로 사는 삶의 방식에 관심이 있다면 ‘비건’은 하나의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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