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내게 힘이 되어준 가족

고난이 닥쳐왔다
고난이 우리에게 유익인가? 옛 시인은 “의인은 고난이 많으나”,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고 노래했지만 거의 모든 사람은 고난을 두려워하며 피하려 한다. 삶의 현장에서 겪는 고난의 가시가 얼마나 깊고 집요하게 찌르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고난은 우리에게 해로운가.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바이러스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거나 사랑하는 이들을 영원히 떠나보내고 있다. 설상가상, 폭풍우같이 기후로 인한 재앙까지 지난여름 우리로 하여금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했다. 이런 와중에 필자는 암 진단을 받고 일시에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수렁 같은 고난을 지나고 있다. 참으로 참담한 고난이다.

작지만 큰 결혼식
그렇지만 아무리 극한 고난이라도 전부 다 절망스럽지는 않다. 놀랍게도 고난 속에 위로가 있고 깨달음이 있으며 은혜가 있다.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신앙의 상담자이자 후원자인 아비가 갑자기 병고를 겪자, 아들은 신앙의 버팀목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에 자신의 믿음을 점검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며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고 있다. 또한 평소 결혼을 하지 않겠다던 딸은 아비 소식에 결혼을 결정하고 사위감과 함께 미국에서 귀국하였다. 이들은 전도가 유망한 로봇공학 연구원 자리와 유명 IT기업 취업까지 포기하고 아비 병구완에 나선 것이다. 아비와 함께 겪는 고난을 통해 자녀들은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과연 내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자녀들이 이 물음을 품고 얻은 가치는 삶의 선택기준을 새롭게 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신속하고 과감한 선택을 후회 없이 하게 되었다고.
마침내 우리 가족 8명은 지난 9월 예배당에서 결혼예식을 올렸다. 신부입장 시간, 딸과 팔짱을 끼고 걸으며 주님께 감사드렸다. 병든 종에게 이런 날을 주시는군요…. 딸을 사위 손에 맡기고 주례자로서 말씀(요한1서 4장 11절)을 선물했다.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아래는 그 설교 마지막 부분이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기했던 결혼식을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8명의 가족만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이 된 상황에서 사회에 대한 작은 미안함을 이렇게 축소된 결혼식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비하신 하나님은 췌장암 말기 환자인 주례자에게 소중한 선물들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들을 통해 또 한 사람의 딸을 얻게 하시고 손녀와 손자를 주셨습니다. 또한 딸을 통해서는 또 한 사람의 아들을 얻게 하시어 모두 함께 ‘가족’으로 살게 하셨습니다.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이요 은혜입니다.
이제 사랑이신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작지만 값진 이 결혼식에서 주례목사이자 암환자인 아비를 통해 친히 말씀으로 복을 부어주십니다.
“내 사랑하는 아들들과 딸들아,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너희도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여라!”


고난은 오늘도 우리에게 유익한가? 그렇다. 믿음의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주님은 풍랑이는 바다에서도 제자들과 함께하셨고 마침내 풍파를 잠잠케 하셨다. 그러기에 오늘, 폭풍 속에서도 우리는 내일의 항해를 꿈꿔야 한다.

김안식
강서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회원으로 <다산의 목민심서와 선비설교자>를 비롯하여 다수의 시집과 칼럼집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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