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저에게도 어려운 정리 대상은 단연 인간관계였습니다. 그래서 꾸준하고 섬세한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관계에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거절’인데, 지나치게 거절을 못하는 사람을 보고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바네사 본스 박사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고자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거절을 하면 연대감을 해친다고 느껴 거절을 꺼려 한다고 합니다. 전화나 메신저로 하는 부탁이 아닌 얼굴 보며 하는 부탁은 더 거절하기 힘들어하고, 부탁받을 경우 너무 힘든데도 상대방 마음이 불편할까봐 응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소개된 ‘우아하게 거절하는 방법’ 3가지는 제가 가장 추천하는 훈련 방법인데, 거절이 어려운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첫 번째 방법은 거절을 미리 연습해 두는 것입니다. 자주 받는 불편한 부탁에 대해 평상시 말투로 거절의사를 상대방에게 표현할 수 있는 메시지를 미리 만들어놓고 여러 번 읽어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불편한 사람이 저녁식사를 하자고 하면, “죄송한데요. 그날은 예정된 모임이 있어서 저녁식사를 함께하지 못하겠네요, 집안에 일이 있어서 해결되면 편하게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하며 완곡하지만 부드럽게 거절하도록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답변을 미루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예상치 않은 요청을 받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필요가 없습니다. 살짝 뒤로 물러나듯 “제가 조금 생각해보고 말씀드릴게요, 일주일 정도 후 말씀드릴게요, 가족과 상의하고 알려드릴게요”로 답변하는 것입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당장 답을 듣고 싶겠지만 당사자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뭔가 부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 부탁을 하거나 열심히 대상자를 찾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미루는 것만으로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거절의사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면 전달될 때까지 정중하게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때 너무 솔직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담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더 야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믿는 ‘엄격 편향’이 작동한다고 합니다. 즉 내가 거절하면 상대방 마음이 상할 거고, 그러면 날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 텐데 어쩌지? 라면서 사소한 거절로 인해 생기는 결과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거절을 당해도 잠깐의 아쉬움 정도를 느끼고 ‘어쩔 수 없지’라며 넘어가니 괜찮습니다. 조금 거절을 하면서 살아도 생각보다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소한 부탁부터 거절하는 연습을 해보시고 훈련을 통해 익숙해지시길 바랍니다.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 2010년 정리컨설턴트라는 직업 창직 후 정리교육과 가정, 기업을 위한 정리컨설팅을 하고 있다. 정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하루 15분 정리의 힘> 등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정리의 힘’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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