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부모들의 마음은 또 분주해 집니다. 타향살이 자식들에게는 바다 비린내가 곧 고향의 내음이기에, 모처럼 찾아올 자식들 두 손에 가득 실려 보낼 갯것(해산물)을 마련하기 위해서지요. 뻘에서 조개를 잡는 일은 돌이 많은 곳보다 몇 배나 더 힘이 듭니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여유가 없으신 분들도, 오늘만큼은 참 많이 웃으십니다. 팔십이 넘은 나이에도 자식들 생각만 하면 힘이 솟나 봅니다. 조금이라도 조개를 캐서 자녀들과 먹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발걸음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이것이 할머니의 사는 재미랍니다. 갯벌에 자주 나가지는 않지만 갯일을 하시는 동네어른들을 뵙고 오면, 전 조금 더 철이 든 느낌입니다. 그분들의 굽은 허리, 거친 손, 주름진 얼굴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오기 때문입니다. 명절을 맞아 자식들을 기다리면서 조금 더 허리 굽어지고, 조금 더 손 거칠어지고, 조금 더 주름 패이는, 그래도 자식들 얼굴 보면 그냥 행복해 지신다는 그분들의 말씀 속에서 내 엄마를, 또 내 어머니를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의 자식들만큼은 저처럼 그 어미 마음 반도 모르는 철없는 딸이 아니기를 소망해 봅니다.

글. 사진=김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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