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핸즈 멘토링, 1명의 청소년과 끝까지 동행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때로는 묵직한 주제에 대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거나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관계가 사실 여러 겹 필요하다.

멘토링 전문 사회복지 NGO 러빙핸즈(대표 박현홍)는 이 ‘관계’에 늘상 주목해왔다. 1명의 청소년 멘티와 1명의 어른 멘토(동성) 일대일로 연결시켜주어 그 아이가 성인이 되는 나이까지 한 달에 두 번 이상 만남을 갖게 하는 ‘러빙핸즈 멘토링’. 함께 만나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운동도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주 사역이다.
일회성 도움이 아닌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한부모가정, 조손가정의 아동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물질만능주의 시대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접촉할 때만 생겨날 수 있는 관계회복으로 인격적인 변화까지 모색하는 것.

“멘토라는 단어는 ‘오디세이아’에서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딧세이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일과 아들 교육을 그에게 맡긴데서 시작됩니다. 멘토는 10년 동안 그 아이의 친구, 선생,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그를 돌봐주었지요.”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러빙핸즈 멘토양성과정’을 수료해야 하는데, 20세 이상 장기 멘토링이 가능한 자로 격월 토요일에 열리는 2주간 총 18시간 교육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마음’이다.
그렇게 수료한 러빙핸즈 멘토들이 올해 3월 기준 1024명인데 그 중 494명이 실제 멘토링에 참여했으며, 173명의 졸업멘티가 배출되었다. 놀랍게도 멘티였던 아이들 중 4명은 성년이 된 후 자신도 멘토가 되어 또 다른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일대일의 관계가 필요 없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라며 멘토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러빙핸즈 박현홍 대표는 “그동안의 패러다임은 주로 ‘주는 사람’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받는 사람’의 필요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관계’입니다. 나를 견뎌주는 단 한 사람이 있을 때, 그 아이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전국에 한부모가정, 조손가정이 약 10%, 200만 가구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크리스천들이 1%만 책임진다면 어떨까요. 2만 명의 아이들을 성년이 될 때까지 일대일로 만난다면 정말 달라지지 않을까요. 나서주셨으면 합니다. 멘토링을 신청한 청소년이 있어도 같은 지역에 사는 멘토양성과정 수료자, 대기멘토가 있어야 연결이 가능해 때로는 아이들이 6~24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기도 합니다. 서울의 한 구에는 지금도 어른 멘토가 없어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아요. 아마도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 지역이라 모두가 생업에 바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안타깝습니다.”

비대면의 시대니까 오히려 ‘어른’들이 더 필요하다. 지금이 딱 그런 때이다. 힘들어도 다시금 힘을 낼 수 있도록 다독여줄 수 있는 그런 진짜 ‘어른’말이다.

✽ 7월 러빙핸즈 멘토 양성과정 : 7월 18일, 25일
신청 및 후원문의 : 02)3144-2004 www.lovinghands.or.kr


<임신희 멘토 이야기>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제는 성년이 된 두 자녀의 엄마이기도 한 임신희 씨(57세․사진 좌)가 러빙핸즈 멘토가 된 것은 만 2년 전 일이다. 처음에는 러빙핸즈의 재정후원자였는데, 시간이 흐른 후 그에게 박현홍 대표가 권유를 해왔다. “우리 아이와 만나주세요.”
“처음에는 엄두가 안 났지요.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멘토링 한다는 것이 쉽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이들도 다 자라고 해서 용기를 내게 되었어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소개받았는데 이제 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네요.”
1년 정도는 ‘아이한테 어느 정도 다가가야 할까’라는 고민이 가장 컸고, 어색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게 만나고 있다고.
그가 쓴 멘토링 이야기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언제부터인지 만나자는 날짜에 아이가 거의 틀림없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영화나 학교친구 이야기를 했지만 점차 자신의 진로에 대해, 그리고 더 깊게는 동생과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겨울에는 집안에 큰 아픔을 겪으며 너무나 슬퍼해서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믿었다. 잘 이겨낼 것 같았다. 긍정적인 생명력이 단단히 가슴 속에 뿌리박고 있었으니까.’

“기대치를 높이지 않았어요. 아이의 엄마보다 제가 나이가 많으니 어려울 수 있겠지 싶었고. 그러나 차츰 마음을 나누게 되었어요. 저는 아이와 만나면서 제 자신을 키워가고 있어요.”
임신희 멘토는 “혹여나 멘토가 되려면 여유 있는 사람들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멘토 선생님들 모두가 힘들고 바쁜데도 극복하고 시간을 내는 분들이세요. 그 모습이 참 고맙고 도전이 되기도 합니다. 나 사는 것에만 골몰하지 않도록 뭔가 바람을 빼주는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멘토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도전하시고, 어색해도 1년만 버텨주세요.”라고 말한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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