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온 우주만물을 통해 길러진다. 먹을거리만 봐도 때(철)를 따라 안성맞춤으로 주어진다. 봄철은 나른해지기 쉬우니 쑥, 달래, 냉이가 비타민을 공급해주고, 여름철 오이, 감자, 토마토는 더운 날씨에 맞춰 찬 성질을 띠고 있어 시원함을 선사한다. 가을철 곡식과 과일은 더운 기운을 갖고 있어 겨울을 날 준비를 하게 하는데, 특히 고구마는 오래 둘수록 단맛이 강해져서 한 겨울 추위를 잘 버티게 한다.

어떻게 살고 있나
때를 따라 산다는 게 뭘까? 생명을 얻고 또 풍성히 누리게 하신 예수님(요한복음 10장 10절)이 바라시는 하늘 나는 새와 들의 꽃처럼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않고’ 사는 것 아닐까? 요즘 햇빛과 땅의 기운을 듬뿍 받지 못하고 바람결도 느끼지 못한 채, 분주한 삶을 살다보니 철을 모르고 사는 듯하다. 냉난방 완비에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채소며 과일은 우리에게서 계절감을 빼앗아갔고, ‘더 빨리’를 외치며 속도감을 즐기다보니 길가에 핀 꽃은 물론 지저귀는 새소리조차 들을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숨 돌릴 틈 없이 살다보니 때론 삶의 목적과 방향조차 놓치기 일쑤다. 자신이 먹고 입고 쓰는 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 리 만무다. 나의 일상이 다른 사람과 후손, 자연이 누려야 할 지구를 지속 불능하게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챌 리 만무다.
그러니 우리 안에 숨겨두신 ‘하나님의 씨(요한일서 1장 9절)’를 발견해 싹틔우기 어렵고, 일상을 욕심껏 살아 누군가의 필요를 빼앗기 십상이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 대다수가 자동차와 일회용품 사용에 거리낌이 없다 보니 지구 생태용량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지 오래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동안 쓸 양을 4월 17일이면 다 쓰고 다른 생명의 것을 빼앗아 살고 있는 형편이다. 사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 그리고 종의 멸종이라는 지금의 상황은 그에 따른 결과다.

생명의 마음 싹틔우려면
어떻게 해야, 우리의 태도와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 안의 하나님의 씨앗, 생명의 마음은 어떻게 싹틔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창조주 하나님께 집중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거룩한 두 권의 책인 ‘성경’과 ‘지구’를 충분히 묵상하면서, 철없는 것들을 분별하여 삼가는 생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알고 나면 지금 애쓰며 사는 것보다 조금 덜 수고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한 대로 하나님의 자연이 어떻게 때를 따라 사는지 들여다보자.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가야만 볼 수 있지 않다. 자신의 집 부근의 나무들과 친해보고, 창가에 화분 하나를 두고,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말 걸기’ 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꽃이 필 때만 아니라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가 싹트고 자라고 시드는 과정 전부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면, 창조주의 현존을 때마다 느끼며 자신의 필요를 채우는 지혜와 모두의 풍성한 삶을 회복하는 능력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창조의 때 불어넣으신 하나님의 숨을 의식하며 하루 한 번 이상씩 자신의 일상을 돌이켜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밥 먹는 것, 입는 것, 잠자는 곳, 일하는 곳에서 온 우주만물이 나를 어떻게 지지하고 있는지 느껴보자. 때때로 ‘지구돌봄서클’을 열어 자신의 감정과 생각, 행동을 함께 나누면 좋을 것이다.

교회가 교회력에 따른 신앙교육을 할 때 24절기를 활용하여 하나님의 때를 교육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비록 온난화로 절기가 뒤죽박죽되긴 했지만,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계절의 표준점’, ‘해가 만들어낸 자연 흐름이자 생명 기운의 흐름을 스물네 가지 이름으로 표현한’ 절기(節氣)는, 사람들이 철들게 하여 다른 생명과 살아가야 할 순리, 온 우주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의 섭리를 따르게 할 것이다. 절기에 맞춰 말씀을 선포하고, 그에 맞는 먹거리를 교회밥상과 교회학교 간식으로 주어보자. 새 생명의 봄에 맞는 사순절, 봄의 한 가운데서 맞는 부활주일과 밤이 가장 긴 동지에 맞는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절 속에서라면 제 때를 아는 삶이 자연스레 찾아와주지 않을까?
때를 알고, 그를 기다리며, 그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묻는다.
“나는 시방 어느 때를 살고 있는가? 나를 나 되게 해주는 생명들은 지금 나를 어떻게 지지해주고 있는가?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으로, 생태리더십을 개발하고 세우며 플라스틱프리, 교회정원숲, 환경살림나눔발전 등을 통해 생명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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