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디톡스를 할 때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온 지도 모른 채 매일 확진자 숫자에만 시선이 머물러 계신 건 아닌지? 인간은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2020년의 절반이 지나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자연은 부지런히 때를 따라 본연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
여리 여리했던 연둣빛 나뭇잎들은 점점 짙푸른 빛을 띠고 장마로 흐린 하늘 아래 초롱꽃이 자태를 빛내며 하늘과 땅의 때가 성실하게 따르는 모습이 문득 우리를 일깨워 준다. 일 년의 절반을 보낸 지금, ‘때를 읽는’ 맑은 눈과 귀를 가지기 위해 몸과 마음을 한 번 점검해 보아야 겠다.

몸 체크
먼저 내 몸이 보내는 신호부터 들어보자. 미국의 해독전문가 알레한드로 융거 박사는 <클린>이라는 책에서 ‘클린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

□ 자도 자도 피곤하다.
□ 주말이면 시체처럼 퍼져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 과로나 과음 후 회복이 느리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 몸이 무겁고, 전체적으로 부은 느낌이다.
□ 감정과 의욕의 기복이 부쩍 심해졌고, 머릿속이 자주 멍해진다.
□ 달콤하거나 짭짤한 간식, 밀가루 음식과 유제품이 심하게 당긴다.

이 중 몇 가지에 체크하셨는지?
융거 박사는 이 모든 것들이 독성에 의한 증상일 수 있다고 조언하며, 과부하에 걸린 우리 몸에 해독시스템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독소와 스트레스는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데 장애가 되므로. 융거 박사는 독성을 뺀 깨끗한 몸으로 가기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을 책에 제시하면서 그 모든 일에 앞서 주방 청소와 생활 속 용품의 성분표를 체크하는 게 그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먼저 깨끗한 물, 깨끗한 유리용기가 깨끗한 몸의 대전제이며, 주위에 좋은 재료를 살 수 있는 곳을 조사하고, 가정에서 쓰는 용품-드라이클리닝 제품, 에어컨, 매트리스, 치약, 화장품, 프라이팬 등의 성분표를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몸의 신호를 들으며 가장 손쉬운 일부터 해독을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마음 체크
이번에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불면의 밤이 늘어나며, 식욕도 부진해지는 몇 가지 징후로 내 마음의 상태를 느낄 수도 있으나, 간단하게라도 자가검진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www.blutouch.net)는 우울이나 스트레스 등 심리적 변화를 겪는 시민들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정신건강 온라인 자가 검진’을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신건강 자가검진 탭을 클릭하면 아동정서행동발달선별검사부터 청년정신건강검진까지 세대별 검사와 스트레스, 우울증, 알코올 등의 구체적 항목도 있어 다양한 주제의 자가검진을 실시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마음의 독소를 빼도록 도와주는 선물들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시원스러운 지면에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과 통찰 넘치는 짧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보기, 바흐 혹은 슈만 등 클래식을 들으며 마음의 파동을 그들의 정교한 음률에 맞춰보기, 여름식물들이 내뿜는 향기를 맡으며 공원의 나무 사이로 산책하기 등. 예술과 자연이 선사하는 다른 세계를 누리며 마음을 정화시킬 때, 때를 알아보는 선명한 마음의 시야도 확보될 터.

이웃이 보내는 신호를 듣기 위하여
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그 깨끗함으로 시대의 소리, 지금 이 세상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보자.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한정된 공간에 고립되어 폭력에 노출된 어린이와 노인의 신음소리, 인종이나 성별 차이로 목숨의 위협을 받는 누군가가 일상의 공간에서 묻지마 폭행으로 고통당하는 소리, 쪽방촌에서 마스크조차 없이 위험한 나날을 보내며 숨죽이고 있는 누군가 또는 이주 노동자의 위험에 처한 소리들이 지금 이 때가 어느 때인지 드러내며 들려오지 않은가.

박혜은 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