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그늘, 바람길 등 자연 순응형 슬기 재현해야

올 여름철 기온은 평년(23.6℃)보다 0.5~1.5℃, 작년(24.1℃) 보다는 0.5~1℃ 높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무더위의 절정은 7월 말부터 8월 중순이 될 것이며, 폭염일수는 20~25일, 열대야 일수는 12~17일로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지만,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다고 한다.
매년 여름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에는 전력수요가 최고전력사용량 수치를 갱신하고, 자칫 정전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엄청난 전력이 소비돼왔다. 설상가상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지하철이나 버스, 공공장소에서도 전력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 감염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문을 열어둔 채로 냉방기를 가동하면 에너지 사용량은 늘어도 효율은 떨어진다.
에너지절약을 우리는 ‘제5의 에너지’라 부른다. 조금이라도 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관련 기관들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늘 변수가 있어 만만치 않은 과제다.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더위를 견뎌냈을까.

우선 옷차림에서 차이가 있다. 더운 여름이 되면 몸 안의 열을 밖으로 빨리 배출시키도록 구멍이 송송 보이는 삼베옷을 입고, 모시를 둘렀다. 냉수를 부어 등목을 하며 땀을 식히기도 했다. 밤이 되면 우물이나 냇물에 담가뒀던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체온을 낮췄다. 그래도 더운 밤에는 죽부인이라 부르는 대나무 베개를 끌어안고 굴려가며 잠을 청하곤 했다. 냉방기가 없던 시대에 자연이 준 선물을 최대한 이용했던 모습들이었다.
10여 년 전 정부는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이겨내면서 온실가스도 줄이도록 ‘쿨맵시’라는 기후 적응형 복장을 제안했었다. 직장인들이 넥타이를 풀고 간편한 복장을 하면 실내온도를 2℃ 높여도 지낼 수 있다. 이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발생량을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패션이다. 맵시도 있고, 건강과 에너지절약에도 유용한 의복과 소재들이 계속 개발되길 기대한다.

또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 위해 자연을 더 많이 이용하자. 나무 그늘로 지열 상승을 막고, 옥상녹화를 통해 건물 온도를 유지하며, 지표면에 인공포장재 대신 지피식물이나 투수성포장을 늘리고, 바람 길도 만들 수 있다. 건축물도 통유리 패턴 대신 외부공기를 적극 유입·순환해 열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기 없이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무더위를 살아냈던 조상들의 슬기를 재현해보자.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며, 한국환경정책학회 및 대기환경학회 이사, 대한설비공학회 홍보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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