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팬데믹 현상을 두고 영국 성공회 신학자 톰 라이트(N. T. Wright)는 “코로나19가 종말의 표적이며, 인간의 회개를 촉구하기 위한 하나님의 방법이자 복음 전파의 기회라는 해석은 기독교적이지 않다. 기독교의 소명은 해명하는 게 아니라 함께 애통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복음주의 신학자 존 파이퍼(John Piper)는 “기독교인의 뻔한 반응이라고 말하지만, 하나님이 하는 일을 알고자 성경을 펼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하나님이 10억 가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 일의 99.999%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곧, 이중에 분명한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톰 라이트와 존 파이퍼의 견해는 누가 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성경은 ‘날아가는 참새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고서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셨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말씀하셨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들이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살아야 하냐는 것이다.

BC(Before Corona)와 AD(After Disease)
‘뉴노멀’은 기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더 이상 기준이 아닌, 새로운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살아가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는 직접적인 접촉은 지양하고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접촉하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계질서의 변화는 어떤가. 1978년에 출간된 에드워드 사이드 교수의 <오리엔탈리즘>에 의하면,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에 대한 암묵적 멸시와 편견 의식을 가지고 지난 150년을 보내왔다고 주장한다. 이즈음 대한민국은 방역 및 위생 시스템을 통해 ‘K-방역’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대해 한동대 정진호 교수는 COVID-19을 기점으로 ‘오리엔탈리즘의 종언을 고하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예루살렘히브리대학교 교수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지금이 미래에 전체주의적 감시체제로 갈 것인가 시민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체제로 갈 것인가, 국수주의적 고립으로 갈 것인가 글로벌 연대를 이룰 것인가를 택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주의적 감시체제로 중국과 이스라엘을 들며 두 나라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한 것을 드러냈는데, 이러한 통제 시스템은 ‘밀착 감시’로 전환되어 국민의 사소한 감정까지도 통제하는 사회가 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에 시민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나라로는 대한민국, 대만, 싱가포르를 꼽았다. 세 나라들은 추적 앱을 어느 정도 사용했지만 광범위한 검사, 투명한 정보 공개, 시민들의 협력에 의존하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고문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번 폭풍도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선택이 앞으로의 우리 삶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국수주의적인 고립을 피하고 글로벌 연대의 길을 택할 때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COVID-19를 지나고 있는 한국교회 여기저기에서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맞이하는 팬데믹 현상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우리의 민낯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겸허히 머리를 숙여 보면, 성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한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위기 속에 세상의 방법이 아닌 변하지 않는 본질과 가치를 붙잡았다. 우리의 교회가 붙들어야 할 본질과 가치는 두 말 할 필요 없이 ‘영혼구원’과 ‘영적성숙’이다. 죽어가는 영혼을 구원하고, 구원받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영적성숙의 본질과 가치를 붙잡고 길을 걸어갈 때 한국교회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

카이로스(Kairos)의 시간
지금 그리스도인들은 단순히 이 고난의 때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것을 넘어서, 이러한 시간 속에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무엇인지 집중하는 신앙의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 이 후에 이루실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을 살아간다면 고난이 축복임을 고백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이자 미래목회포럼 대표로, 한 영혼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과 거룩한 교회를 향한 열정이 가득하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20일’의 저자이며 방송설교 및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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