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마다 교회를 개척했던 때
한창 새로운 마을들을 개척하던 때였습니다. 지금은 선교하는 것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그때만 해도 마을마다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기회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적인 예상 때문에 그 기간 동안 개척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마을에 교회들이 생기는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교회가 없던 마을을 개척하는 것은 그곳에 상주할 사역자가 항상 필요하다는 의미로, 그래서 그 당시에는 사역자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그 즈음에 헌신한 사람이 캄레쉬 사역자였습니다. 교회에서 항상 성실했던 그를 오랫동안 다독여서 훈련을 받게 하고 새로운 마을 개척에 투입, 그렇게 해서 사역을 시작한 곳이 란디아바드 마을입니다.
개척팀이 가정마다 다니며 사역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첫 성도가 생겼고, 6개월이 채 안되어 마을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교회가 없던 마을에 교회가 시작되면 처음에는 구경삼아 나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식구들의 극심한 핍박으로 예수를 믿어도 예배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을에 교회가 정착하면 싫든 좋든 주민들에게는 어려울 때 찾아갈 영적 안식처처럼 인식되곤 합니다.

재정의 어려움이 오자
캄레쉬는 성품처럼 아주 성실하게 사역을 했습니다. 교회는 부흥하고 인근 마을에도 교회들이 계속 생겼습니다. 그러나 워낙 가난한 지역이다 보니 재정적인 수입은 전혀 없었습니다. 성도들을 훈련하면서 헌금에 대해 교육하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없는 그들에게 헌금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다만 그 마음을 드리기 위해 성도들은 주식인 밀, 감자, 채소 등을 헌금 대신 드렸습니다. 심지어 먹다 남은 반찬을 드리는 가정도 있습니다.
아무런 재정 수입이 없는 그에게 지난 2년 동안 최소한의 생존비용을 후원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선교 후원이 줄어들면서 더 이상 그를 지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원이 끊어지고 다시 1년여를 보냈습니다.
그는 재정적인 수입이 생기도록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의 삶의 수준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고 달리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극심한 가난의 생활을 이어간 지 오래 되었지만 솟아날 구멍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그곳에서 사역을 시작한 것에 대한 원망으로 괴로워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그렇게 기도해도 응답하지 않으시는 주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루하루가 원망과 절망의 나날이었습니다.

곡식이 쌓인 창고…들이닥친 코로나
봄이 되어 밀밭을 추수할 때가 되자 성도들은 더 많은 밀을 예배 때 드렸습니다. 교회당으로 사용 중인 그의 집 헛간과 부엌은 성도들이 가져온 곡식 자루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그는 쌓여가는 곡식 자루들을 보면서 감사하기는커녕 더욱 화가 났습니다. 재정은 바닥났는데 곡식들만 계속 쌓이는 것이 배고픈 사람에게 돌을 던져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성도들이 주님께 드린 것을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온 나라가 코로나바이러스로 난리가 났습니다. 정부는 예고도 없이 이동금지령을 발령했습니다. 노동으로 하루 끼니를 잇는 사람들은 청천벽력 같은 사태였습니다. 바이러스로 죽기보다 굶어 죽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겁니다.

그제야 캄레쉬는 찬양과 감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집안 곳곳에 쌓여있는 곡식들은 일년을 먹고도 남을 정도의 양입니다. 재정적인 수입은 한 푼도 없었지만 그 많은 식량을 비축하게 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는 가까이에 사는 성도들을 불러 작은 봉투에 곡식을 골고루 담은 사랑의 패키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가정마다 다니며 그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나라가 정지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나누어줄 곡식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아사 상태까지 몰렸다가 생존하게 된 주민들은 교회가 자신들의 소망이라는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고 합니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 총재실에 있으며, 미전도종족 선교네트워크 All4UPG 대표를 맡고 있다. 지구촌 땅 끝을 다니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땅 끝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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