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차를 타고 나갔어요. 한 동안 시간이 멈춘 듯 했는데, 계절이 변하고 있었네요. 산은 푸르름 가득하고 꽃밭은 물감을 뿌린 듯 크고 작은 원색의 동그라미들이 가득했어요. 녹색이란 이름 하나론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초록들이 마음을 편하고 싱그럽게 하네요.

딸의 어릴 적 사진을 찾다 앨범 앞에서 한 동안을 머물렀어요. 태어난 날, 처음 뒤집던 날, 걷는 모습, 교복 입은 모습, 대학 졸업하던 날, 그리고 최근 모습까지 그 날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감사했어요.
자녀를 주셔서, 아이가 걸어서, 합격해서, 원하는 걸 주셔서 감사했지요. 하지만 사진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도 많아요. 오히려 가슴 철렁하고 아픈 이야기들이 기억 속에선 사진보다 더 선명한 것도 같아요.
아이가 밤새 울어 같이 밤을 새다시피 한 날, 갑자기 열이 올라 아이를 안고 무작정 병원으로 뛰었던 날, 그 긴 밤을 함께 하시며 치료하시고 지금까지 보호하신 예수님께 감사해요.
때론 원하던 일이 되게 하심에 감사했으나 그 때 안 되게 하시고 막히게 하심이 지금에 와보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더 좋은 걸 주시고 그 시간을 통해 단단해지게 하셨거든요.
생각해보면 그 땐 알 수 없었으나 때론 허락하시고, 때론 움켜진 손을 펴게 하신 그 모든 과정에 감사해요. 자녀를 위해 가장 좋은 것으로 만족하게 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해요.

오늘 주신 것에도 감사하나 지금 주시지 않은 것에 더 큰 감사를 하고 싶은 건, 이보다 더 좋은 걸 준비하신 아버지 마음을 알기 때문이지요.
우리 가정에 푸른 초장과 마실 물을 공급하실 때도 감사하나, 때론 높은 산과 거친 들을 지나게 하실 때도 감사를 훗날로 미루고 싶지 않아요.
예수님이 그 모든 과정에 함께 하시기 때문이지요. 그것으로 감사해요.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만족하게 하시는 예수 믿으세요.

수필가이자 온곡초등학교 교사.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서로는 <자녀는 엄마의 축복으로 자란다>가 있다. 서울광염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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