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깃든 ‘말’을 지키고 전수해야 할 책임

* 말모이 : ‘사전(辭典)’을 우리말로 다듬은 새로운 토박이말.

말을 모은다는 뜻으로, 1910년대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참여해 편찬한 최초의 현대적 우리말사전의 원고를 말한다.
말모이는 1911년부터 시작해 원고 편찬이 거의 마무리되었으나, 편찬자들의 사망과 망명 등으로 그 당시에는 출판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그 원고는 조선어학연구회로 넘어가 조선어 사전을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다. 또한 소수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전국에서 방언을 수집하여 ‘말’을 모은 것. 1942년 초고가 완성되었으나 인쇄 직전에 일제 탄압으로 원고가 유실되고 학자들이 고초를 겪으며 간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 원고는 1945년 해방 직후 발견되었고, 1957년 총 6권이 완간되면서 이름이 ‘큰사전’으로 바뀌었다.
일제에 의해 시행되었던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의 말과 글이 사라질 뻔 했던 위기 속에서 왜 우리의 조상들은 그렇게 ‘말’을 모으고 지켜야 했을까.

“오늘날 나라의 바탕을 보존하기에 가장 중요한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이 지경을 만들고 도외시한다면, 나라의 바탕은 날로 쇠퇴할 것이요 나라의 바탕이 날로 쇠퇴하면, 그 미치는 바 영향은 측량할 수 없이 되어 나라 형세를 회복할 가망이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말과 글을 강구하여 이것을 고치고 바로잡아, 장려하는 것이 오늘의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 주시경의 <국어문전음학(1908)> 중에서

말이 곧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말모이’는 어떨까. 우리의 정신이 담긴 말모이 속에는 어떤 말들이 담겨져 있을까.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생명의 위기를 넘어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게 될 때 우리는 어떤 말들을 담아서 갈 것인가. 우리 가족의 ‘말모이’는 정말 건강한 것인지, 나는 어떤 말모이를 물려줄 것인지 돌아볼 일이다. 어떤 말을 전해도 종교철학자 마틴 부버의 설명처럼 ‘나와 그것’의 관계 설정이 아닌 ‘나와 너(나와 당신)’의 관계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기를. ‘그것’에게는 함부로 말할 수 있어도, ‘너’에게는 함부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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