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듣고 싶은 한마디, 따뜻한 말> 저자 정유희 박사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먼저 그 사람의 ‘온도’를 느끼게 된다. 따뜻한 말과 표정을 가진 사람, 누군가를 대할 때 기본적인 존중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을 ‘따뜻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 중 가장 보편적으로 우리에게 온도를 전해주는게 ‘말’인데, 그렇다면 나의 말들은 어떤 온도를 가지고 있으며, 따뜻한 말을 하게 될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독일 루드빅 막시밀리안대학교에서 언어교육과 교육심리를 연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듣고 싶은 한마디, 따뜻한 말>의 저자인 정유희 박사(사진)는 이렇게 말한다.

따뜻한 말, 관계 문 열어주는 열쇠
“따뜻한 말은 모든 관계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입니다. 그 어떤 관계에서건 일단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지요. 따뜻한 말로 서로의 마음을 열 때 관계가 시작되고, 만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정 박사는 ‘따뜻할 때 개개인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된다. 마음이 닫히면 잠재력도 닫혀버리지만, 열리면 개인의 잠재력도 열리게 한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직원에게 따뜻한 희망의 말을 건넨다면 그 사람 안에 들어있는 잠재력을 발휘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에이미 커디 교수는 15년 이상에 걸쳐 첫인상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몇 초 이내로 사람을 평가하는데, 정확히 무엇을 평가하느냐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연구결과로 나온 한 가지는 ‘내가 이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trust)’였고, 다른 하나는 ‘내가 이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가’(respect)였습니다. 커디 교수와 연구진은 이 두 관점을 각각 ‘따뜻함’(warmth)과 ‘능숙함’(competence)으로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지만 일단 따뜻함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비로소 능력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따뜻하지 않은 말이 넘쳐날 때
하지만 최근 들어 독한 말, 혐오와 조롱이 섞인 말들, 즉 따뜻하지 않은 말이 온오프라인에 넘치고 있다.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어떻게 고쳐 나갈지에 대해 묻자 정 박사는 “한 개인의 언어는 그 개인을 그대로 반영하고, 한 사회의 언어는 그 사회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부정적인 언어들은 부정적인 생각이 그대로 표현되는 것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언어들이 입으로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는 것은 바꾸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너무나 오래 걸립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긍정적인 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말이 바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이해와 시도가 필요
긍정적이고 따뜻한 말을 어떻게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만약 따뜻한 말을 해주는 환경에서 살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굳이 표현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구사회보다 우리는 표현하는 것을 어색해합니다.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말인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서 서로 알아달라고만 하는 것입니다.
또한 따뜻한 말이 부족한 이유는 한마디로 살아가기가 힘이 들어서입니다. 살기 힘들어 마음속에 불만과 두려움이 가득하면 자연히 따뜻하게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만약 내 환경이 따뜻한 말과 먼 환경이라면 먼저 이 두 가지를 이해하는 것이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째로, 나와 상대방의 표현의 부족을 이해하고 시인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은 내가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나의 행동은 내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시도해보자’로 마음을 먹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라도 긍정적인 말을 하면 나의 마음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둘째로, 상대방의 지금 상태를 이해해주는 것입니다. ‘많이 힘들구나, 그래서 위로가 필요한 것이구나!’ 결국 나로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려워도 먼저 깨달은 사람이 시작하는 것입니다.”

금융기관과 특히 항공회사에 근무하면서 관계에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전에서 깨닫게 되어 결국 유학을 가게 되었다는 정 박사는 “독일에서 문화와 언어가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의 경험이 관계에서의 ‘표현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라고 밝히며, “따뜻함은 결국 ‘나’로부터 시작해서 주변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따뜻한 말은 내 속에 ‘따뜻함’이 있어야 합니다. 먼저 나 자신을 따뜻하게 채워야 합니다. 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상, 자존감, 존중심, 자부심이 선행되어야 하며, 현실생활에서 잘못된 언어적 습관들을 인식하고 바꾸어나가려고 시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따뜻함은 따뜻함으로 전해지고 또 다른 사람에게 분명히 전파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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