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 『아름다운 가치사전』 + 『아홉 살 마음사전』

당신은 혹시 마음에 일렁이는 어떤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위해 애써본 적이 있으신지? 내 마음이 지금 이러저러하므로 네가 이러저러하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혹은 이미 존재하는 어떤 ‘단어’를 당신만의 방식으로 재정의 하고 싶어 애써본 적은 있는지? 기존에 정의된 말로는 담을 수 없는 색다른 의미를 표현하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나만의 단어 사전이 때때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그런 마음으로.

내가 새롭게 쓰는 마음의 낱말들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책 <마음사전>을 쓴 김소연 시인은 ‘외롭다’는 말을 설명하기 위해 하룻밤을 꼬박 새워본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 경험을 시작으로 시인은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하는 습관”이 생겼고, 이제는 그 습관이 어법이 되어버렸다고. 그 어법을 정리한 책이 <마음사전>이다. “칠백 가지가 넘는 마음의 낱말들을 모아 수첩에 적고”, “미세한 차이를 지닌 낱말들까지 옆에 다 적어두자니 천 가지는 훌쩍” 넘어버린 낱말들. 마음을 나타내는 낱말이 어쩌면 이리도 많을까 시인은 놀라며 그럼에도 마음을 지칭하는 낱말들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인이 헤아린 마음의 낱말들은 이런 것이다.

◆ 행복 : 기쁨_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달려든다. 행복은 자잘한 알갱이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상태이지만, 기쁨은 커다란 알갱이들로 후두둑 채워진 상태다. 기쁨은 전염성이 강하지만, 행복은 전염되기 힘들다. 남의 기쁨에는 쉽게 동조되지만, 남의 행복에는 그렇지가 않다.
◆ 소망 : 희망_ 소망은 지니고 태어나고, 희망은 살면서 지니게 된다. 소망도, 희망도 우리의 힘만으론 이루기 어렵다. 희망은 행운이 필요하고, 소망은 신의 가호가 필요하다. 때로 소망은 조금씩 옷을 젖게 하는 가랑비처럼 소리 없이 우리 곁에 와 있곤 한다.


시인은 행복과 기쁨의 미세한 차이를 알갱이의 크기로 표현하고, 소망과 희망에 필요한 것은 행운과 신의 가호라며 그 차이를 드러낸다. 시인을 따라 내 마음의 감정도 그 미세한 차이를 포착해내고 싶지 않은가. 시인에게서 나만의 말모이를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지 그 힌트를 얻어 볼 수 있다.

어린이와 함께 찾아가는 낱말들
말모이는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어볼 수도 있다. 동화작가 채인선이 쓴 <아름다운 가치사전>은 그 좋은 예다.

◆ 감사란_ 소풍 가는 날, 엄마가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 주실 때 느끼는 고마운 감정.
◆ 믿음이란_ 자전거를 타러 가며 언니가 혼자만 앞서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 배려란_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손전화를 꺼두는 것.
◆ 보람이란_ 정성껏 키운 봉숭아에 새 잎이 돋은 것을 보았을 때의 뿌듯하고 즐거운 감정.
◆ 공감이란_ 마음을 나누는 것.
울적한 친구 옆에서 웃고 떠들지 않는 것.
◆ 평화란_ 화가 날 때 등 돌리고 모르는 척하지 않는 것.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


어린이들이 그 가치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단어를 설명하는 사전이지만 이 사전을 따라 자신만의 말모이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시인 박성우가 쓴 <아홉 살 마음사전>도 있다. 이 사전에는 감정 낱말들이 모여 있어,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감정사전을 만드는 좋은 길잡이가 된다.

◆ 그리워_ ‘두 밤만 더 자면 아빠가 오네.’ 출장 간 아빠가 돌아오는 날에 쳐 놓은 동그라미를 오래오래 바라보는 마음.
◆ 답답해_ 수학 문제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는데도 도저히 풀지 못할 때 드는 마음.

나만의 말모이를 엮어보기를
당신 마음에는 어떤 낱말들이 당신만의 정의를 기다리며 고여 있을까. 시인이 ‘외롭다’를 설명하기 위해 밤을 새웠듯, 당신이 설명하고 표현해야만 하는 말들은 무엇이 있을까. 당신만의 말모이에 낱말이 늘어갈수록 당신 삶의 의미도 함께 풍성해질 것이다.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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