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멈춤'을 통과하며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알았을까? 자신의 사회학적 용어가 2020년 전 세계적으로 ‘핫’하게 사용될 것을….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의 확산이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홀은 도시적 생활환경에서 살아가는 근현대인들의 네 영역을 소개했는데, “밀접한 거리(intimate distance)”는 45센티미터 이내의 접촉이 허용되는 관계를 의미하며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는 45~120 센티미터 정도로 친구들 간이나 가깝게 만나는 회사 동료, 교회 구성원들과 자연스러운 거리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는 120~360 센티미터의 거리로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이나 특수한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경우이며 그 이상이 되는 “공적 거리(public distance)”도 있다.
이 가운데 접촉성 분비물을 통해 전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려면 반드시 사회적 거리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친밀함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익숙하여 습관이 된 경우다. 반찬을 한 그릇에 담아 가족이 함께 먹는 우리 식문화는 가족 간 감염의 가능성을 훨씬 높였다. 가까운 지인끼리 포옹과 뺨 인사가 문화인 나라들의 경우도 확진자 증가수가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까이 모여 앉아 예배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성도의 교제가 교회 문화인 교회 역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아, 어쩌면 좋지? 시민 정서는 물론 행정조치까지 더하며 교회 문화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에 교회도 성도도 걱정이 많다.

하지만 종종 ‘멈춤’의 상황은 우리에게 무엇이 본질이며, 무엇이 변화 가능한 형식인지를 구별할 성찰적 시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때에 ‘예배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론적 질문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꼭 예루살렘 성전에 가야만 진정한 예배가 가능한 것이냐고, 필시 도전적으로 물었을 사마리아 우물가의 여인에게 예수께서는 답하셨다.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요한복음 4: 21)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한복음 4: 24)
하나님을 예배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요건은 ‘예배자의 자세’라는 것이다. 영과 진리! 내 영이 온통 주 여호와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분께 집중하는 마음,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계시하신 진리의 말씀을 묵상하고 살아내는 자세, 그것이 예배자가 진정한 예배를 드리는 핵심인 것이다.

공적 예배의 장소를 빼앗긴 당혹스러움으로 말하자면, 예루살렘 성전이 로마군에 의해 폐허가 된 후(70년) 유대인들이 더했을 거다. 아니, 시절을 거슬러 다윗의 신앙과 솔로몬의 헌신으로 아름답게 봉헌되었던 첫 번째 성전이 바벨론 제국에 의해 처참히 무너지고 낯선 이교도의 땅으로 끌려갔던 이스라엘 선조들의 상황(기원전 586년)이 더 비참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예배 방식이 강제로 멈추었을 때, 그들은 그것이 곧 예배를 그친다는 의미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하여 예루살렘 성전, 제의에 갇혀 있던 기존의 예배 방식을 넘어설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하나님 인식이 더 넓고 깊어졌다. 하나님은 결코 예루살렘 성전 안에 갇힌 분이 아니시다! 바벨론 강가에서 그들은 애통하면서도 신앙고백했다.

우리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당연으로, 습관으로 여기던 공동의 예배 방식이 ‘멈춘’ 시점에서 본질적 예배자가 되기 위한 고민과 상상이 시작되어야 하리라. 그리스도인의 케리그마(말씀선포), 코이노니아(교제), 디아코니아(봉사)는 어떤 방식으로 지속되어야 할까? 이미 지역교회 사례들을 중심으로 모범이 되는 대안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미자립 교회의 월세나 목회자 생활비를 전담하겠다는 도심의 대형교회,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향한 교회 구성원들의 자발적 봉사…. 물리적 거리는 멀어도 영적 거리에는 제한거리가 없으니까. 하나님께 전달되는 우리의 영성이 성도 간에, 이웃에게 전달되지 않을 리 없지 않은가. 부디 이 ‘멈춤’의 시간이,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익숙해서 미처 성찰하지 못했던 예배의 본질, 예배자의 본 모습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

백소영
강남대 기독교학과 초빙교수. 다양한 문화현상들을 그녀만의 따듯한 시각으로 분석한 강의와 글쓰기로 기독교세계관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