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컨셉의 공간 <카페 아를>

김승범 기자가 직접 걸으며 오감으로 느끼고 본 특별한 공간을 하나씩 소개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사색이 있는 공간들을 찾아서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편집자 주>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에게 경이와 찬사를 받는 수많은 불후의 명작들이 있다. 그 중 세계 최고 미술 작품으로 인정받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생애 단 한 작품만 팔릴 정도로 인정받지도 못했었고, 주변에서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던 고흐.

어릴 적 고흐를 자기 귀를 자른 괴팍한 정신이상자 화가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중년이 되서 책과 영화를 통해 그의 내면세계를 다시금 보게 되었다. 불우한 삶 속 이해받지 못하고, 외롭고, 고독했던 그의 영혼에 가슴 아팠고, 작품세계를 통해서는 찬란한 빛의 축제와 뜨겁고 숭고한 예술혼을 보았다. 그래서일까, 사진을 하는 나 자신도 가끔씩 고흐의 그림과 글을 통해 식은 예술적 열정과 본질을 고양시키곤 한다.

국내에 몇 안 되는 고흐 컨셉의 공간이 있는데 그중 의정부 장암동에 ‘카페 아를’이 있다. 고흐가 빛을 찾아 머물렀던 프랑스 남부도시 아를의 이름을 옮긴 것으로, 뒤로는 수락산이 가까이 보인다. 새로 신축한 신관은 꽤 넓고 커피와 이탈리아 요리가 있는 카페다. 신관을 통과해서 나가면 정원과 본관 카페가 있는데, 정원은 제법 넓고 프랑스 마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테이블에 앉아 셀카 촬영을 하고 SNS에 올리면 프랑스라 해도 제법 속을 만한 풍경이다.
연인도 좋고 가족도 좋지만 햇살 좋은 날, 책 한 권 들고 커피, 빵과 함께 혼자서 쉼을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고흐는 동생이자 후원자인 테오에게 쓴 편지가 688통에 이를 만큼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동생에게 오롯이 전했다. 어쩌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그만큼 없었다는 반증이다. 절친이었다고 하는 고갱마저 동생 테오의 돈으로 보내진 친구였고, 이해보다는 비판과 판단으로 얼룩진 관계는 두 달 만에 끝을 맺는다.
고흐의 글을 보면 놀라울 만큼 고상하고 이성적이며 치열한 열정이 있다. 글만 본다면 좋은 선생이다. 그러나 그의 고질적인 정신병적 증상들과 기복이 심한 성격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내면을 놓치게 했다. 그림은 그런 그의 고통을 덜어줄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 숨을 쉴 수가 있다. 그림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불행했을 거다.’

또한 자신이 본 아름다운 세계와 가치를 사람들이 느끼길 원했다.

‘나는 내 작품을 통해서 그런 별 볼일 없고 이상한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이것이 나의 야망이다. 이 야망은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분노가 아니라 사랑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열정이 아니라 평온한 감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자연과 사람을 사랑했고, 진정성을 보았고, 그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절망할 수 있는 많은 조건을 갖고 있었지만 그림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힘겹게 삶을 연장했고, 수많은 명작들을 남길 수 있었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두려움에 물들고 있는 이때, 거기에 절망이라는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있다. 질병은 예방과 의학으로 극복할지라도 두려움과 절망은 스스로를 죽인다. 꽃피고 싹이 트는 따스한 봄은 이미 찾아왔는데, 내 마음에는 아직 겨울이 있다. 어쩌면 두려움과 걱정을 더 신뢰하는 질병이 나의 신앙조차도 넘어서는 게 아닌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롭게 하나님의 사랑을 믿고 내 삶의 주어진 것들에 대해 사랑하며 감사함을 찾을 수 있는 역설적인 때이다. 사랑 안에 두려움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나니…. 마스크는 쓰더라도 마음 안에 꽃씨 하나 심어야겠다.

사진·글 = 김승범 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